미국과 러시아 외교수장이 10일(현지시간) 북핵 해법에서 이견을 드러냈다.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저지를 위해 소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최(11일)를 하루 앞두고 미·러 양국 의견이 엇갈리면서 안보리에서 효과적인 대북 조치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약속했고 장거리 미사일 시험과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북한이 계속 준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중대 시험’을 했다고 발표하며 연말 ICBM 발사 재개 가능성을 강력 시사한 가운데 ‘도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의사소통할 수 있는 장소,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는 길 등 그들과의 협상 메커니즘을 발전시키기 위해 계속 작업하고 있다”며 대화 재개를 희망했다. 그는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지, 그 자체로 미국의 제재가 아니다”며 러시아에 충실한 제재 이행을 촉구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북 대화 재개를 촉구하면서도 “우리는 대화가 상호적 조치라는 생각을 따를 때만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낙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모든 것을 지금 당장 하라고 하고, 그 후에야 안전 보장과 제재 해제 그리고 나머지 문제로 갈 수 있다고 요구할 순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완화’ 방침을 직접 비판한 것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유엔 제재나 미국 독자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북한과 거래 시 처벌을 우려해 인도적 지원 물품이 제대로 북한에 전달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금 우리가 있는 교착 상태로 (우리를) 데려왔다”고 지적했다.

이날 미·러 외교수장의 발언을 두고 북핵 해법을 둘러싼 양측의 시각차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11일 안보리에서 북한의 ICBM 발사 가능성에 대비해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변수다. 두 나라는 현재 북한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책임을 미국에 돌리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 강화를 추진하려 해도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