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다시 파업카드를 꺼냈다. 1년여 분규 끝에 ‘노사 상생 공동 선언문’을 발표한 지 반 년 만이다. 그런데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 이유가 기막히다. 현대자동차 등 다른 완성차 회사보다 임금이 낮다는 것이다. 르노 본사는 노사관계 불안정을 이유로 신차 배정을 꺼리고 있다. ‘생산절벽’ 상황에서 노조는 제몫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 측이 ‘작업시간 와이파이 차단’에 나서자 특근까지 거부하며 반발했다. 회사 측은 일단 제한을 풀고 협의에 들어갔다. 와이파이 차단은 작업 중 축구나 영화 등 동영상을 보는 행위가 적발되자 품질 불량과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내려진 조치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컨베이어벨트 속도가 느리고 작업효율이 낮기 때문이다. 자동차 5~6대를 빠르게 조립한 뒤 여유시간을 확보해 스마트폰을 사용했다고 한다. 국내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이 세계 꼴찌 수준인 데는 이유가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노조들이 이처럼 무리한 주장과 요구를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현실이다. 임금은 생산성과 성과에 따라 정해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르노삼성 노조는 경쟁사 임금 수준으로 올려달라는 요구에 망설임이 없다. 현대차 노조는 내부에서조차 와이파이 건에 대해 “부끄럽다”는 비판이 나오는데도 ‘현장탄압’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들은 파업을 무기로 경영에 간섭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높은 진입장벽을 치는 지대추구 행위가 당연하다고 여긴다. 기업의 생산성이나 경영 현실은 안중에 없다는 식이다. 임·단협을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노동을 타락시키는 데 악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체 노동자가 아니라 10% 수준에 불과한 기득권 노조의 세력을 보호하는 ‘친노조’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노동의 타락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