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승리호' '반도'…200억대 韓 영화 대작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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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한국형 블록버스터' 봇물
'화려한 스크린' 관객 수요 겨냥
'화려한 스크린' 관객 수요 겨냥
개봉 13일 만에 관객 629만 명을 모은 영화 ‘백두산’은 총제작비 300억원이 투입됐다. 화산 폭발 장면을 실감나게 다룬 시각 특수효과(VFX)와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 등 톱배우 기용, 대규모 오픈 세트 제작 등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극장에 최소 730만 명이 들어야 한다.
‘백두산’에 이어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총제작비 200억~300억원대 대작 영화가 새해 줄지어 선보인다. 역대 가장 많은 5~6편이 개봉할 전망이다. 150억~200억원 규모의 개봉 예정 영화는 더 많다. 100억원 수준으로는 더 이상 대작 취급을 받지 못하게 됐다.
200억원대 블록버스터 줄이어
총제작비 200억원 규모의 ‘남산의 부장들’이 이달 개봉한다. 김충식 작가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1979년 중앙정보부장(이병헌 분)이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다.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진행한 해외 로케이션과 1970년대 시대상을 구현한 대형 세트 등에 제작비 상당액이 들어갔다.
총제작비 260억원 규모의 SF 블록버스터 ‘승리호’는 판타지 로맨스 ‘늑대소년’으로 흥행에 성공한 조성희 감독과 배우 송중기가 7년 만에 다시 의기투합했다. 김태리가 승리호 선장 역으로 나온다. 지구 멸망의 위기가 다가오면서 우주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총제작비 230억원 규모의 류승완 감독의 ‘탈출: 모가디슈’는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으로 고립된 남북대사관 공관원들의 목숨을 건 탈출 실화를 그린다. 조인성과 김윤석, 허준호 등이 캐스팅돼 모로코에서 촬영 중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열린 첫 국제마라톤대회인 보스턴국제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 연상호 감독이 영화 ‘부산행’의 4년 후를 상상한 좀비 이야기인 강동원 주연의 ‘반도’, 한재림 감독의 비행기 재난영화 ‘비상선언’ 등도 총제작비가 200억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150억~200억원 규모 작품도 풍성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 공유와 박보검이 주연한 SF 영화 ‘서복’, 양우석 감독의 정치물 ‘정상회담’, 황정민과 이정재, 박정민 주연의 액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다양한 장르의 대작도 쏟아진다.
‘영웅’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총제작비가 17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성화와 김고은이 주연했다.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순제작비만 약 160억원을 투입한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과 그를 지키는 요원이 여러 세력과 추격전을 펼치는 이야기다. ‘정상회담’은 정상회담 중 남북한, 미국 지도자가 북한 쿠데타 세력에 납치돼 핵잠수함에 감금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청부살인 미션과 관련한 한 남자의 사투를 담는다.
황정민·현빈 주연의 ‘교섭’과 송중기가 주연을 맡은 ‘보고타’의 총제작비도 150억원 안팎에 이른다. ‘교섭’은 중동지역에서 납치된 한국인들을 구하는 국정원 요원과 외교관의 이야기다. ‘보고타’는 1990년대 콜롬비아로 이민을 떠난 청년들을 다룬다.
멀티 캐스팅, 시각효과 등 화려한 포장
제작비 상승 요인은 다양하다. 우선 방송 드라마에서는 충족시킬 수 없는 스케일과 볼거리를 원하는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비용이다. CJ ENM 관계자는 “관객들이 방송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장면과 이야기를 원한다”며 “화려한 스크린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톱배우를 여러 명 기용한 멀티 캐스팅 등으로 호화 배역을 자랑하고, 컴퓨터그래픽(CG)으로 시각효과를 확장하며, 해외 로케이션으로 볼거리를 강화한 작품이 많은 이유다.
대작 영화 제작으로 수출 판로는 넓어질 전망이다. ‘백두산’ 배급사 CJ ENM 관계자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은 재난 블록버스터여서 해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소재”라며 “국내 개봉 이전에 이미 90개국에 선판매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흥행 리스크는 그만큼 더 커졌다. 제작비를 많이 투입하는 만큼 흥행에 실패할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대작들이 대부분 성수기를 겨냥하기 때문에 출혈 경쟁의 악순환이 재연될 위험성도 크다. 2018년 추석 시즌에는 ‘안시성’ ‘명당’ ‘물괴’ ‘협상’ 등 100억원 이상 영화가 한꺼번에 나와 흥행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 투자배급사 대표는 “단발성 작품에 많은 돈을 투입하면 위험성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한국영화도 할리우드처럼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프랜차이즈물을 기획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백두산’에 이어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총제작비 200억~300억원대 대작 영화가 새해 줄지어 선보인다. 역대 가장 많은 5~6편이 개봉할 전망이다. 150억~200억원 규모의 개봉 예정 영화는 더 많다. 100억원 수준으로는 더 이상 대작 취급을 받지 못하게 됐다.
200억원대 블록버스터 줄이어
총제작비 200억원 규모의 ‘남산의 부장들’이 이달 개봉한다. 김충식 작가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1979년 중앙정보부장(이병헌 분)이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다.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진행한 해외 로케이션과 1970년대 시대상을 구현한 대형 세트 등에 제작비 상당액이 들어갔다.
총제작비 260억원 규모의 SF 블록버스터 ‘승리호’는 판타지 로맨스 ‘늑대소년’으로 흥행에 성공한 조성희 감독과 배우 송중기가 7년 만에 다시 의기투합했다. 김태리가 승리호 선장 역으로 나온다. 지구 멸망의 위기가 다가오면서 우주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총제작비 230억원 규모의 류승완 감독의 ‘탈출: 모가디슈’는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으로 고립된 남북대사관 공관원들의 목숨을 건 탈출 실화를 그린다. 조인성과 김윤석, 허준호 등이 캐스팅돼 모로코에서 촬영 중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열린 첫 국제마라톤대회인 보스턴국제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 연상호 감독이 영화 ‘부산행’의 4년 후를 상상한 좀비 이야기인 강동원 주연의 ‘반도’, 한재림 감독의 비행기 재난영화 ‘비상선언’ 등도 총제작비가 200억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150억~200억원 규모 작품도 풍성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 공유와 박보검이 주연한 SF 영화 ‘서복’, 양우석 감독의 정치물 ‘정상회담’, 황정민과 이정재, 박정민 주연의 액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다양한 장르의 대작도 쏟아진다.
‘영웅’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총제작비가 17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성화와 김고은이 주연했다.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순제작비만 약 160억원을 투입한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과 그를 지키는 요원이 여러 세력과 추격전을 펼치는 이야기다. ‘정상회담’은 정상회담 중 남북한, 미국 지도자가 북한 쿠데타 세력에 납치돼 핵잠수함에 감금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청부살인 미션과 관련한 한 남자의 사투를 담는다.
황정민·현빈 주연의 ‘교섭’과 송중기가 주연을 맡은 ‘보고타’의 총제작비도 150억원 안팎에 이른다. ‘교섭’은 중동지역에서 납치된 한국인들을 구하는 국정원 요원과 외교관의 이야기다. ‘보고타’는 1990년대 콜롬비아로 이민을 떠난 청년들을 다룬다.
멀티 캐스팅, 시각효과 등 화려한 포장
제작비 상승 요인은 다양하다. 우선 방송 드라마에서는 충족시킬 수 없는 스케일과 볼거리를 원하는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비용이다. CJ ENM 관계자는 “관객들이 방송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장면과 이야기를 원한다”며 “화려한 스크린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톱배우를 여러 명 기용한 멀티 캐스팅 등으로 호화 배역을 자랑하고, 컴퓨터그래픽(CG)으로 시각효과를 확장하며, 해외 로케이션으로 볼거리를 강화한 작품이 많은 이유다.
대작 영화 제작으로 수출 판로는 넓어질 전망이다. ‘백두산’ 배급사 CJ ENM 관계자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은 재난 블록버스터여서 해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소재”라며 “국내 개봉 이전에 이미 90개국에 선판매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흥행 리스크는 그만큼 더 커졌다. 제작비를 많이 투입하는 만큼 흥행에 실패할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대작들이 대부분 성수기를 겨냥하기 때문에 출혈 경쟁의 악순환이 재연될 위험성도 크다. 2018년 추석 시즌에는 ‘안시성’ ‘명당’ ‘물괴’ ‘협상’ 등 100억원 이상 영화가 한꺼번에 나와 흥행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 투자배급사 대표는 “단발성 작품에 많은 돈을 투입하면 위험성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한국영화도 할리우드처럼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프랜차이즈물을 기획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