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무총리 인선이 지연되면서 여권에서 이낙연 총리 유임설이 힘을 얻고 있다.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두고 여야 간 극한 대립이 전개되는 가운데 총리 인사청문회까지 하는 것은 무리라는 여당의 고민과 후임 인선이 여의치 않은 청와대 고민이 맞닿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리 교체를 검토한다는 의견을 낸 적이 없는데 언론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부인하지만 이 총리가 내년 총선에 앞서 당으로 복귀하고 이에 맞춰 후임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은 그동안 여권에서는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유력 후보로 거론돼 온 김진표 의원의 총리 발탁이 어려워지면서 이 총리 유임 쪽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김 의원은 시민단체 반발이 자칫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청와대에 고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측은 “총리는 최종 발표가 나올 때까지 알 수 없어 그동안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면서도 “총리를 둘러싼 논란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총리 후보로 새롭게 거론되고 있지만 입법부 수장을 지낸 인사가 행정부 2인자인 총리로 간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총리 후보에 대해 당내 누구도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김 의원이 안 된다면 유임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총리 차출설에도 불구하고 정 전 의장은 다음달 중순 출판기념회를 열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이날 “패스트트랙까지 통과되면 한국당이 엄청난 저항을 할 텐데 총리 청문 요청은 불을 붙이는 격”이라며 “이 총리 유임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당 내에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굳이 이 총리를 교체할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총리 청문회가 삐걱하면 총선에 엄청난 악재가 된다”며 “총선 이후 대폭 개각을 하는 쪽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