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현의 독서공감] '밀레니얼 세대'가 별종이라고?…그들의 성장 환경부터 이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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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김 상무는 1층에서 문이 막 닫히려는 엘리베이터를 겨우 잡아 탔다. 한쪽 구석에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는 박 대리가 있어 반가운 마음에 활짝 웃어보였다. 하지만 인이어 이어폰을 귀에 꽂은 박 대리 시선은 살짝 비껴 있었고 무표정했다. 괜히 혼자 멋쩍어진 김 상무는 휴대폰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박 대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내릴 때까지 김 상무를 알은척하지 않았다. 그날 오후 회의실에서 만난 박 대리는 다른 사람이었다. 김 상무에게 먼저 친근하게 다가오더니 깍듯하게 인사했다.
지난달 <트렌드코리아 2020>을 내놓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한 대기업 임원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다. 김 교수는 이 일화를 소개하면서 “요즘 젊은 직원들에게 이어폰은 일종의 방패이자 가면”이라며 “출근 시간인 오전 9시 이후부터 회사원이라는 생각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힘내라”며 피로 해소제를 건네는 상사에게 “박카스도 좋지만 직원 좀 더 뽑아주세요”라고 말하는 직원, 야근을 염두에 두고 “저녁 뭐 시켜줄까”라고 묻는 팀장에게 ‘퇴근시켜 주세요’라고 답하는 팀원, “저녁의 삶을 향해 떠난다”며 힘차게 ‘칼퇴(정시 퇴근)’하는 부서 막내까지. 광고에 등장하는 ‘요즘 애들’도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다르다. 하지만 이해를 못하겠다고 마냥 피하거나 무시할 순 없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 소비 트렌드도 이끌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펴낸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0>은 “(이들이) 디지털 생태계는 물론 시장 구조까지 변화시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시장을 선도하려면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잡은 이들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90년생이 온다>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 <밀레니얼 이코노미> <밀레니얼의 반격> <밀레니얼 선언> 등 그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책들이 줄줄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탄생 배경과 맥락을 파악하면 한층 이들에게 다가가기 쉽다. 이들은 인터넷이 상용화된 이후 태어났고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해왔다. 검색하면 언제든 얻을 수 있는 정보나 지식보다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선호한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기에 고를 수 있는 자유를 중시하고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며 재미와 공유를 중시한다. 강압적 지시에 반발하고 ‘사실’에 기반한 근거를 요구한다.
스스로의 발언과 참여를 통해 사회를 바꿔온 경험이 있어 불이익과 불공정에 민감하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다. 회사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면 퇴사나 이직 결정을 빠르게 내린다. 회사를 개인과 수평한 계약 관계로 인식하고 개인의 삶은 직장 생활과 마찬가지로 존중받길 원한다.
그들이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는지 살펴보면 이해하기 한결 쉽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도 새로운 세대는 늘 ‘다른 인종’ 취급을 받아왔다. 그저 유난스럽고 특이한 인간들로 몰아붙일 게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면서 앞선 세대를 더듬어보고 그 세대의 흐름 속에 있는 ‘나’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건 어떨까.
hit@hankyung.com
지난달 <트렌드코리아 2020>을 내놓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한 대기업 임원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다. 김 교수는 이 일화를 소개하면서 “요즘 젊은 직원들에게 이어폰은 일종의 방패이자 가면”이라며 “출근 시간인 오전 9시 이후부터 회사원이라는 생각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힘내라”며 피로 해소제를 건네는 상사에게 “박카스도 좋지만 직원 좀 더 뽑아주세요”라고 말하는 직원, 야근을 염두에 두고 “저녁 뭐 시켜줄까”라고 묻는 팀장에게 ‘퇴근시켜 주세요’라고 답하는 팀원, “저녁의 삶을 향해 떠난다”며 힘차게 ‘칼퇴(정시 퇴근)’하는 부서 막내까지. 광고에 등장하는 ‘요즘 애들’도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다르다. 하지만 이해를 못하겠다고 마냥 피하거나 무시할 순 없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 소비 트렌드도 이끌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펴낸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0>은 “(이들이) 디지털 생태계는 물론 시장 구조까지 변화시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시장을 선도하려면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잡은 이들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90년생이 온다>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 <밀레니얼 이코노미> <밀레니얼의 반격> <밀레니얼 선언> 등 그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책들이 줄줄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탄생 배경과 맥락을 파악하면 한층 이들에게 다가가기 쉽다. 이들은 인터넷이 상용화된 이후 태어났고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해왔다. 검색하면 언제든 얻을 수 있는 정보나 지식보다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선호한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기에 고를 수 있는 자유를 중시하고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며 재미와 공유를 중시한다. 강압적 지시에 반발하고 ‘사실’에 기반한 근거를 요구한다.
스스로의 발언과 참여를 통해 사회를 바꿔온 경험이 있어 불이익과 불공정에 민감하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다. 회사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면 퇴사나 이직 결정을 빠르게 내린다. 회사를 개인과 수평한 계약 관계로 인식하고 개인의 삶은 직장 생활과 마찬가지로 존중받길 원한다.
그들이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는지 살펴보면 이해하기 한결 쉽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도 새로운 세대는 늘 ‘다른 인종’ 취급을 받아왔다. 그저 유난스럽고 특이한 인간들로 몰아붙일 게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면서 앞선 세대를 더듬어보고 그 세대의 흐름 속에 있는 ‘나’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건 어떨까.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