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시판 중인 153개 액상형 전자담배를 대상으로 폐질환 의심물질 7종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시판 중인 153개 액상형 전자담배를 대상으로 폐질환 의심물질 7종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국내에 시판 중인 일부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비타민E 아세테이트와 폐질환을 유발하는 가향물질이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 일환으로 국내 유통되는 153개 액상형 전자담배의 액상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비타민E 아세테이트 성분과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된 가향물질이 검출됐다고 12일 발표했다.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총 13개 제품에서 0.1~8.4ppm(mg/kg) 범위로 검출됐다. 담배의 경우 2개 제품에서 각각 0.1ppm, 0.8ppm이 나왔으며, 유사담배의 경우 11개 제품에서 0.1~8.4ppm이 검출됐다. 다만, 해당 검출량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검사 결과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양이다. 지난 5일 미국 FDA의 예비 검사 결과 검출 농도는 23만~88만ppm 수준에 달했다.

가향물질 3종은 43개 제품에서 1종 이상의 가향 물질이 나왔으며, 6개 제품에선 3종의 가향물질이 동시에 검출됐다. FDA는 디아세틸 아세토인을 흡입하면 폐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성분으로 판단하고 있다. 디아세틸은 29개 제품에서 0.3∼115ppm이 나왔고, 아세토인은 30개 제품에서 0.8∼840ppm이 검출됐다. 2,3-펜탄디온은 9개 제품에서 0.3∼190.3ppm이 나왔다.

반면 대마유래성분(THC)는 모든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마약의 일종인 대마사용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에 정부는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강력 권고 조치를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폐손상자의 생체시료 표본 모두에서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검출된 후, 해당 성분을 유력한 폐손상 의심물질로 보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폐손상자는 2291명, 사망자는 48명으로 보고됐다. CDC는 폐손상과 인과관계가 규명되기 전까지 액상형 전자담배에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첨가하지 말 것을 권고문에 추가한 상태다.

정부는 폐손상 원인물질이 확정되지 않고, 추가 인체유해성 연구가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용중단 강력 권고 조치를 유지키로 결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년 상반기에 직접 인체에 흡입돼 영향을 주는 배출물(기체성분)에 대한 유해성분 분석도 추진할 계획이다.

액상형 전자담배 대응반 반장인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성분분석 결과 비타민E 아세테이트, 가향물질 등 국내 유통 액상형 전자담배에 유해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인체 유해성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국민 여러분께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성분분석 및 인체 유해성 연구를 차질 없이 수행하고, 담배 정의 확대·담배 성분제출 의무화 등 담배제품 안전관리를 위한 법률 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