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8년 만에 'MRI 빅3 아성' 무너뜨린 中유니콘…"한국은 꿈도 못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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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 골든타임이 지나간다
(下) 中에 밀리는 바이오 경쟁력
기업가치 6조원 中유나이티드이미징 '의료굴기'
(下) 中에 밀리는 바이오 경쟁력
기업가치 6조원 中유나이티드이미징 '의료굴기'
중국 상하이 푸단의대 산하 2400병상 규모의 중산병원. 심장, 간암 분야 중국 최고 병원으로 꼽힌다. 이곳에서 만난 의료진은 “유나이티드이미징(UI)의 자기공명영상(MRI) 기기 8대,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 13대 등을 환자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며 “기존 제품보다 촬영 속도가 빨라 이전에는 MRI 한 대에 하루 20명 정도 찍었지만 지금은 80명가량을 촬영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유니콘기업인 유나이티드이미징이 세계 영상의료기기 시장에 혁신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양전자단층촬영(PET-CT) 기기인 유익스플로러는 지난해 물리학 분야 국제저널인 피직스월드가 꼽은 10대 혁신기술에 이름을 올렸다. 수십 년간 중국 시장을 주도하던 제너럴일렉트릭(GE) 필립스 지멘스의 과점체제를 무너뜨렸다. 중국의 의료굴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에는 아직 MRI와 CT 개발에 성공한 곳이 없다. 삼성전자도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한국에 도전장 낸 중국 의료굴기
유나이티드이미징은 2011년 상하이에 세워진 스타트업이다. 중국 의료기기회사 민딧에서 1.5T(테슬라) MRI를 개발한 쉐민 회장은 혁신 의료기기회사 유나이티드이미징을 창업했다. 유나이티드이미징은 기술력과 고객 서비스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휴스턴에 생산공장도 착공했다.
2017년 기준 연매출은 5000억원 정도다.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에 66개 제품을 출시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인 유니콘기업 반열에도 올랐다. 기업가치만 6조원에 이른다.
유나이티드이미징의 유익스플로러는 대표적 혁신 제품으로 꼽힌다. 전신 PET-CT를 한번에 찍는 세계 첫 기기다. 인체를 부위별로 나눠 찍은 뒤 하나로 합치는 기존 PET-CT 검사에 걸리는 시간은 20~30분 정도다. 유익스플로러로는 20~30초면 끝난다. 유나이티드이미징 본사에서 만난 알 쟝 공동대표는 “후발 주자로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혁신 제품을 내놓는 것이 중요했다”며 “연구개발(R&D) 인력 비중을 전체 직원의 50%로 유지하는 것도 이런 철학 때문”이라고 했다.
유나이티드이미징은 내년 한국에 첫 제품을 출시한다. 국내 MRI·CT 시장에 중국 기업이 진출하는 첫 사례다.
서비스·기술 혁신 통해 성장
유나이티드이미징이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중국 병원들조차 “중국 의료기기회사라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선입견이 있었다. 이를 깨기 위해 중국 최고 병원들을 설득했다. 8000병상 규모 베이징301병원에 제품을 팔기 위해 1년간 공을 들였다. 쟝 대표는 “공짜로 주면 쓰겠다는 병원을 설득해 2014년 첫 제품을 설치했다”며 “이후 제품에 대한 불만 사항이 생기면 바로 직원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문제를 해결하고 피드백을 해줬다”고 했다.
맨투맨 서비스는 유나이티드이미징의 상징이 됐다. 새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의사들의 의견을 듣고 제품 설계에 반영했다. 기술력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제품을 찾는 병원이 늘었다. 3만7000여 개 병원과 연구소에 제품이 설치됐는데, 이 중 중국 대형 병원만 400여 곳에 이른다. 중국은 물론 미국 병원들과 협약을 맺고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MD앤더슨, 워싱턴대, 듀크대 등이다. 성균관대 의대와도 협력하고 있다.
영상기기를 기반으로 다른 헬스케어 제품군으로도 사업을 확대했다. 계열사인 유나이티드이미징인텔리전스(UII)에서는 인공지능(AI) 기기를 개발한다. 의료용 로봇,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하는 계열사도 운영한다. 쟝 대표는 “영상의료기기 기술력을 토대로 다양한 파생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산 MRI 제품은 ‘제로’
유나이티드이미징이 보폭을 넓히고 있는 MRI·CT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아직 없다. 한국 의료기기산업의 초라한 현주소다. 영상 초음파 장비를 생산하는 삼성메디슨의 지난해 매출은 3000억원 정도다. 창업 8년차 유나이티드이미징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은 과학기술 분야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바이오헬스 제품 수준을 높이고 있다. 두 나라의 규제 환경도 기술격차의 배경이 되고 있다. 중국은 2013년 원격의료기술 발전 계획을 발표한 뒤 2016년부터 원격의료 서비스를 본격 도입했다. 재진 환자는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 의사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의약품도 택배로 배송받을 수 있다. 위닥터(꽈하오)는 기업가치 55억달러(약 6조5285억원)의 유니콘기업이 됐다.
상하이=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중국 유니콘기업인 유나이티드이미징이 세계 영상의료기기 시장에 혁신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양전자단층촬영(PET-CT) 기기인 유익스플로러는 지난해 물리학 분야 국제저널인 피직스월드가 꼽은 10대 혁신기술에 이름을 올렸다. 수십 년간 중국 시장을 주도하던 제너럴일렉트릭(GE) 필립스 지멘스의 과점체제를 무너뜨렸다. 중국의 의료굴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에는 아직 MRI와 CT 개발에 성공한 곳이 없다. 삼성전자도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한국에 도전장 낸 중국 의료굴기
유나이티드이미징은 2011년 상하이에 세워진 스타트업이다. 중국 의료기기회사 민딧에서 1.5T(테슬라) MRI를 개발한 쉐민 회장은 혁신 의료기기회사 유나이티드이미징을 창업했다. 유나이티드이미징은 기술력과 고객 서비스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휴스턴에 생산공장도 착공했다.
2017년 기준 연매출은 5000억원 정도다.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에 66개 제품을 출시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인 유니콘기업 반열에도 올랐다. 기업가치만 6조원에 이른다.
유나이티드이미징의 유익스플로러는 대표적 혁신 제품으로 꼽힌다. 전신 PET-CT를 한번에 찍는 세계 첫 기기다. 인체를 부위별로 나눠 찍은 뒤 하나로 합치는 기존 PET-CT 검사에 걸리는 시간은 20~30분 정도다. 유익스플로러로는 20~30초면 끝난다. 유나이티드이미징 본사에서 만난 알 쟝 공동대표는 “후발 주자로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혁신 제품을 내놓는 것이 중요했다”며 “연구개발(R&D) 인력 비중을 전체 직원의 50%로 유지하는 것도 이런 철학 때문”이라고 했다.
유나이티드이미징은 내년 한국에 첫 제품을 출시한다. 국내 MRI·CT 시장에 중국 기업이 진출하는 첫 사례다.
서비스·기술 혁신 통해 성장
유나이티드이미징이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중국 병원들조차 “중국 의료기기회사라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선입견이 있었다. 이를 깨기 위해 중국 최고 병원들을 설득했다. 8000병상 규모 베이징301병원에 제품을 팔기 위해 1년간 공을 들였다. 쟝 대표는 “공짜로 주면 쓰겠다는 병원을 설득해 2014년 첫 제품을 설치했다”며 “이후 제품에 대한 불만 사항이 생기면 바로 직원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문제를 해결하고 피드백을 해줬다”고 했다.
맨투맨 서비스는 유나이티드이미징의 상징이 됐다. 새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의사들의 의견을 듣고 제품 설계에 반영했다. 기술력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제품을 찾는 병원이 늘었다. 3만7000여 개 병원과 연구소에 제품이 설치됐는데, 이 중 중국 대형 병원만 400여 곳에 이른다. 중국은 물론 미국 병원들과 협약을 맺고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MD앤더슨, 워싱턴대, 듀크대 등이다. 성균관대 의대와도 협력하고 있다.
영상기기를 기반으로 다른 헬스케어 제품군으로도 사업을 확대했다. 계열사인 유나이티드이미징인텔리전스(UII)에서는 인공지능(AI) 기기를 개발한다. 의료용 로봇,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하는 계열사도 운영한다. 쟝 대표는 “영상의료기기 기술력을 토대로 다양한 파생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산 MRI 제품은 ‘제로’
유나이티드이미징이 보폭을 넓히고 있는 MRI·CT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아직 없다. 한국 의료기기산업의 초라한 현주소다. 영상 초음파 장비를 생산하는 삼성메디슨의 지난해 매출은 3000억원 정도다. 창업 8년차 유나이티드이미징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은 과학기술 분야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바이오헬스 제품 수준을 높이고 있다. 두 나라의 규제 환경도 기술격차의 배경이 되고 있다. 중국은 2013년 원격의료기술 발전 계획을 발표한 뒤 2016년부터 원격의료 서비스를 본격 도입했다. 재진 환자는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 의사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의약품도 택배로 배송받을 수 있다. 위닥터(꽈하오)는 기업가치 55억달러(약 6조5285억원)의 유니콘기업이 됐다.
상하이=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