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몰렸던 英 존슨 총리, 조기 총선 승부수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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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후 하원 표결서 잇단 패배…성추문에 막말 논란까지
최단명 총리 위기 넘기며 보수당 압승 이끌어 브렉시트 찬성론자의 강력한 지지 속에 지난 7월 말 취임한 보리스 존슨 총리는 그동안 의회에서 악전고투를 벌였다.
취임 직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가진 첫 대국민 성명에서 존슨 총리는 "예외는 없다"(no ifs and buts)며,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당초 예정대로 10월 31일 유럽연합(EU)을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며, 브렉시트와 관련한 3년간의 망설임에 종지부를 찍겠다고도 말했다.
존슨 총리는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브렉시트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10월 말 예정된 브렉시트를 추가 연기하느니 "차라리 도랑에 빠져 죽는 게 낫다"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존슨 총리에게는 약속을 실행할만한 정치적 뒷받침이 부재했다.
브렉시트 합의안을 포함한 각종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하원 내 과반 의석이 필요한데 보수당은 이에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수당 내 EU 잔류 지지자, '노 딜'(no deal) 브렉시트 반대론자 등이 번번이 반기를 들면서 존슨 총리는 의회 표결에서 번번이 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존슨 총리는 표결 과정에서 당론을 어긴 보수당 의원 21명을 내쫓는 등 강경책을 펼쳤지만 당내에서조차 큰 반발을 샀다.
'노 딜' 브렉시트 강행을 위해 조기 총선 카드를 빼들었지만 야당의 반대로 실패했고, 사실상 의회를 무력화하기 위한 정회 카드는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불과 취임 2개월 만에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얻게 될 위기에까지 처했던 존슨 총리는 이후에도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총리 개인을 둘러싼 각종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9월에는 존슨 총리가 런던시장 시절 모델 출신 미국인 사업가 제니퍼 아큐리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 성추문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를 "여자 같은 공붓벌레"(girly swot Cameron)라고 표현하고,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를 지칭하면서 "총선을 요구해라, 이 '나약한 남자'(big girl's blouse)야"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대법원이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에 대해 위법이라고 결정한 뒤 영국 하원이 다시 문을 열자 야당 의원들을 '투항자', '굴복자'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이들이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사기극'이라고 깎아내리면서 '막말' 논란을 불러왔다.
10월 31일 브렉시트 예정일을 앞두고 존슨 총리는 극적으로 EU와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에 도달했지만, 역시 의회는 이를 거부했다.
존슨 총리는 마지못해 EU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했고, 내년 1월 말까지 브렉시트가 연기되자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다시 한번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노 딜' 위험이 사라지자 그동안 총선 개최를 유보해오던 노동당이 찬성 쪽으로 선회했고, 결국 영국은 2015년 이후 세 번째 총선을 치르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존슨 총리는 총선 캠페인 기간 '브렉시트 완수'(get Brexit done)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2016년 국민투표에서 결정된 만큼 이를 완수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이었다.
3년 넘게 영국의 발목을 잡아왔던 브렉시트 불확실성을 해소해야만 의료, 교육, 치안 등 국민 우선순위에 집중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같은 전략이 먹혀들면서 존슨 총리의 보수당은 총선 캠페인 내내 노동당보다 10%포인트(p)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보수당이 출구조사 결과대로 368석을 확보하면 다른 야당을 모두 합한 것보다 86석이 더 많게 된다.
1979년 339석을 확보했던 마거릿 대처 총리, 1992년 336석을 확보했던 존 메이저 총리, 2015년 330석으로 승리를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등 선배들을 제치고 단숨에 보수당의 기록적인 승리를 거둔 총리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 셈이다.
과반 기준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한 만큼 존슨 총리의 리더십은 든든한 토대를 얻게 됐다.
당장 오는 19일 실시될 것으로 전망되는 '여왕 연설'(Queen's Speech)을 통해 내놓을 주요 입법계획은 물론, 크리스마스 이전 실시할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 역시 손쉽게 의회의 문턱을 통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사임으로 보수당 당대표 경선을 통해 총리직에 오른 존슨 총리에게는 그동안 '국민이 선택하지 않은 총리'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달리기도 했다.
의원내각제를 택한 영국 정치 시스템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정당은 별도 총선 없이 중간에 대표를 교체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총리도 바뀌게 된다.
메이 총리 사임으로 후임 총리로 오른 존슨 총리가 이같은 사례에 해당한다.
존슨 총리는 그러나 이번 조기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브렉시트 등 각종 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으로 '국민이 선택한 총리'라는 정당성까지 얻는 '두 마리 토끼잡기'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
최단명 총리 위기 넘기며 보수당 압승 이끌어 브렉시트 찬성론자의 강력한 지지 속에 지난 7월 말 취임한 보리스 존슨 총리는 그동안 의회에서 악전고투를 벌였다.
취임 직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가진 첫 대국민 성명에서 존슨 총리는 "예외는 없다"(no ifs and buts)며,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당초 예정대로 10월 31일 유럽연합(EU)을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며, 브렉시트와 관련한 3년간의 망설임에 종지부를 찍겠다고도 말했다.
존슨 총리는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브렉시트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10월 말 예정된 브렉시트를 추가 연기하느니 "차라리 도랑에 빠져 죽는 게 낫다"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존슨 총리에게는 약속을 실행할만한 정치적 뒷받침이 부재했다.
브렉시트 합의안을 포함한 각종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하원 내 과반 의석이 필요한데 보수당은 이에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수당 내 EU 잔류 지지자, '노 딜'(no deal) 브렉시트 반대론자 등이 번번이 반기를 들면서 존슨 총리는 의회 표결에서 번번이 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존슨 총리는 표결 과정에서 당론을 어긴 보수당 의원 21명을 내쫓는 등 강경책을 펼쳤지만 당내에서조차 큰 반발을 샀다.
'노 딜' 브렉시트 강행을 위해 조기 총선 카드를 빼들었지만 야당의 반대로 실패했고, 사실상 의회를 무력화하기 위한 정회 카드는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불과 취임 2개월 만에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얻게 될 위기에까지 처했던 존슨 총리는 이후에도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총리 개인을 둘러싼 각종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9월에는 존슨 총리가 런던시장 시절 모델 출신 미국인 사업가 제니퍼 아큐리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 성추문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를 "여자 같은 공붓벌레"(girly swot Cameron)라고 표현하고,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를 지칭하면서 "총선을 요구해라, 이 '나약한 남자'(big girl's blouse)야"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대법원이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에 대해 위법이라고 결정한 뒤 영국 하원이 다시 문을 열자 야당 의원들을 '투항자', '굴복자'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이들이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사기극'이라고 깎아내리면서 '막말' 논란을 불러왔다.
10월 31일 브렉시트 예정일을 앞두고 존슨 총리는 극적으로 EU와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에 도달했지만, 역시 의회는 이를 거부했다.
존슨 총리는 마지못해 EU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했고, 내년 1월 말까지 브렉시트가 연기되자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다시 한번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노 딜' 위험이 사라지자 그동안 총선 개최를 유보해오던 노동당이 찬성 쪽으로 선회했고, 결국 영국은 2015년 이후 세 번째 총선을 치르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존슨 총리는 총선 캠페인 기간 '브렉시트 완수'(get Brexit done)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2016년 국민투표에서 결정된 만큼 이를 완수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이었다.
3년 넘게 영국의 발목을 잡아왔던 브렉시트 불확실성을 해소해야만 의료, 교육, 치안 등 국민 우선순위에 집중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같은 전략이 먹혀들면서 존슨 총리의 보수당은 총선 캠페인 내내 노동당보다 10%포인트(p)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보수당이 출구조사 결과대로 368석을 확보하면 다른 야당을 모두 합한 것보다 86석이 더 많게 된다.
1979년 339석을 확보했던 마거릿 대처 총리, 1992년 336석을 확보했던 존 메이저 총리, 2015년 330석으로 승리를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등 선배들을 제치고 단숨에 보수당의 기록적인 승리를 거둔 총리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 셈이다.
과반 기준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한 만큼 존슨 총리의 리더십은 든든한 토대를 얻게 됐다.
당장 오는 19일 실시될 것으로 전망되는 '여왕 연설'(Queen's Speech)을 통해 내놓을 주요 입법계획은 물론, 크리스마스 이전 실시할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 역시 손쉽게 의회의 문턱을 통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사임으로 보수당 당대표 경선을 통해 총리직에 오른 존슨 총리에게는 그동안 '국민이 선택하지 않은 총리'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달리기도 했다.
의원내각제를 택한 영국 정치 시스템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정당은 별도 총선 없이 중간에 대표를 교체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총리도 바뀌게 된다.
메이 총리 사임으로 후임 총리로 오른 존슨 총리가 이같은 사례에 해당한다.
존슨 총리는 그러나 이번 조기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브렉시트 등 각종 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으로 '국민이 선택한 총리'라는 정당성까지 얻는 '두 마리 토끼잡기'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