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지난 12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빈소를 방문하고 나오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지난 12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빈소를 방문하고 나오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13일 차기 총리설과 관련해 “내가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여운을 남겼다. 현재 청와대가 정 전 의장에 대한 인사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총리 발탁에 여지를 남기는 발언을 한 배경이 주목된다.

정 전 의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차기 총리 유력설에 대해 “아직은 알수 없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의장은 지역구인 종로 출마를 위해 1월 중순께 출판기념회를 준비중인 와중에 청와대로부터 인사검증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장이 마음을 굳히지 못한데는 지역구 출마 이후 향후 대권도전을 계획해온 일정에 변화가 생긴 점과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 2인자인 국무총리로 가는 데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설이 나올때마다 정 전 의장은 “입법부 수장이 총리를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당초 ‘경제 총리’로 염두에 뒀던 김진표 총리 카드가 무산된 이후 정 전 의장이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쌍용에서 상무를 지낸 후 정계 입문한 정 전 의장은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내는 등 여권 중진 가운데 드물게 실물경제와 산업을 두루 경험한 인사로 꼽힌다. 문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호남(전북)출신이라는 점도 고려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정 전 의장의 국무총리 낙점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이제 막 시작된데다 정 전 의장도 주변의 의견을 경청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둘러싼 국회 상황이 가닥이 잡힌 이후에나 총리 인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한편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지역구를 맡고 있는 현역의원들도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고 내각에 남는 쪽으로 잠정 결론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2년차에 입각한 현역의원들도 당으로 복귀하지 않고 ‘스테이’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달중순까지 개각 일정이 없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역구 출마를 위해선 공식선거일 3개월전인 1월15일 이전에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으로 복귀해야 하는데 최장 한달인 청문회 일정을 역산하면 한달전인 12월15일까지는 청문요청서를 국회로 발송해야 한다. 여권 관계자는 “차기 장관이 임명될때까지 장관직을 수행해야 하는 일정까지 감안하면 현역의원 출신 장관을 교체하려면 오는 15일까지는 내정 뿐 아니라 청문요청서까지 해야하는 데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