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지난 3월부터 머리카락보다 얇은 0.1mm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생산 라인에 AI를 투입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등에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공급하도록 만들어진 부품이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MLCC는 사람의 눈으로는 잘 안 보일 만큼 작아 불량품을 걸러내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불량품을 걸러내는 기존 절차는 이렇다. 생산된 MLCC 전체를 외관 선별기가 촬영하고 영상처리기법으로 크랙 및 스크래치가 난 제품을 1차로 걸러낸다. 이를 다시 사람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크랙 및 스크래치 위치를 파악한다. 스크래치 위치에 따라 불량이 아니라 양품으로 분류될 수도 있어서다. '가성 불량(불량이 아닌데도 불량으로 판정하는 경우)'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삼성전기는 이같은 과정을 통해 MLCC의 수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올해 3월부터는 영상처리기법 대신 AI 기반 외관 선별기를 불량품 판정에 쓰고 있다.
우선 AI에 양품과 불량품의 이미지 데이터를 입력하고, 과거 영상처리기가 불량으로 판명했던 제품 중 재검사 결과 양품으로 판명난 제품의 특성도 데이터로 적용한다.
AI를 도입하면 일단 사람이 현미경으로 재검사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재검률이 떨어진다는 게 삼성전기 측 설명이다. 단기간이지만 수율 역시 높아졌다. 삼성전기는 "사람이 몇 분 걸려 하는 작업이 수초 안에 끝난다"고 했다.
삼성전기는 검수뿐 아니라 품질 설비 설계 물류 등 생산의 전 과정에서 AI를 도입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직원들을 '특훈'했다. 외부에서 AI 관련 교수, 석·박사급 엔지니어, 전문강사 등을 초빙해 생산라인 거점에 있는 직원 33명을 뽑아 코딩 기초교육부터 생산 라인에 응용하는 방식을 교육했다.
일단 불량품 검수에만 AI를 사용하지만 설비 등으로 확대 도입하기 위해 테스트하고 있다. 예컨대 MLCC 불량품이 발견됐을 경우 현재는 사람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라인을 세우지만, AI를 도입하고 머신러닝으로 학습시키면 불량품이 발생해도 자동으로 이를 걸러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라인을 세울 필요가 없어 비용도 절감된다.
삼성전기는 향후 4년간 AI를 통해 제품양산 수율을 높이고 개발기간을 단축하는 등 4년간 총 1041억원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직원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불필요하게 라인을 멈춰 세우는 등의 작업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AI로 불량품을 잡아내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태양광 모듈, 휴대폰, 냉장고 생산라인에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LG 인텔리틱스'를 활용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의 경우 고출력을 낼 수 있는 설계 조합이 중요한데 LG전자가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머신러닝을 통해 이 조합을 찾아낸다. 휴대폰, TV, 냉장고 생산에도 AI가 쓰인다. 휴대폰 무선감도검사 공정에서 AI는 쓸 수 있는 부품을 불량품으로 판정하는 사례를 줄인다.
LG전자는 현재 일부 공장에만 적용하는 이 시스템을 전세계 공장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AI를 더 많은 곳에 적용시켜야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시켜 AI의 정확도를 더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