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도 쌍끌이 매수…개인은 7년 3개월만에 최대 순매도
미중 무역 합의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내 증시에 외국인 순매수가 유입되면서 연말 '산타 랠리(크리스마스 전후 연말·연초에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천179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이틀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로써 외국인은 단 2거래일 만에 약 1조725억원어치(장 마감 기준)를 순매수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 협상의 불확실성이 완화하면서 외국인 매수가 유입됐다"며 "원화가 대폭 강세를 보인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앞서 외국인은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 정기 변경과 미중 무역 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지난달 7일 이후 이달 6일까지 22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지속했었다.

그러나 최근 이틀간 나타난 대규모 순매수로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는 모양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중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 측면에서는 안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연말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소식에 위험자산의 매력도가 재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며 "17개월간 지속한 미중 무역 갈등의 안개가 걷히면서 산타 랠리를 기대해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외국인 매수가 추세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경민 연구원은 "연말이 다가올수록 4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확인 심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매수 강도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무역 합의 측면에서도 아직 중국이 어떤 입장도 발표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추가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 역시 "그동안 한국 증시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선제적으로 하방 압력을 받으면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메리트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배당 매력은 크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외국인 매수 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 역시 4천78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함께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은 9천854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지난 2012년 9월 14일(약 1조4천510억원) 이후 7년 3개월 만에 최대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원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가 들어오면서 수급적으로 개인들이 '팔자'에 나섰다"면서 "주식을 대량 보유한 일부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조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매도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에는 세금 관련 이슈와 배당락 등의 영향으로 개인 투자자 매물이 나오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며 "다만 이는 연말을 맞아 투자 포지션을 정리하는 수준으로, 지수가 추가로 상승하면 또다시 개인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