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Knok-In·Knock-Out. 환율변동 위험 피하기 위한 환헤지 상품. 약정환율·약정구간 (상한-하한) 정해놓고 구간안에서 환율이 움직이면 이익을 보고 벗어나면 손실을 입는 구조
"11년 전 키코 불완전판매…은행이 피해액 15~41% 물어줘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큰 손실을 본 중소기업들에 은행이 손실액의 30% 안팎을 물어주라고 금융감독원이 결정했다. 법적 소멸시효(10년)가 끝난 계약에 대해 배상을 권고한 것이어서 은행들은 수용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어 일성하이스코,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중소기업 네 곳을 키코에 가입시킨 6개 은행이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 은행이 기업별 손실액의 15~41%(총 255억원)를 배상하도록 권고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 150억원, 우리 42억원, 산업 28억원, KEB하나 18억원, 대구 11억원, 씨티 6억원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예상을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파생금융상품이다. 분조위는 은행들이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를 어겼다고 봤다. 기업별 예상 외화유입액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오버헤지(필요 이상의 환헤지)를 권했고, ‘무제한 손실’이 가능하다는 위험성도 명확히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책임을 물어 기본 배상비율을 30%로 잡고, 현안에 따라 가감(加減)해 배상비율을 산정했다. 금감원은 나머지 키코 피해 기업도 이 기준에 따라 은행과 자율 합의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불완전판매가 인정되면 최소 10%를 배상하라는 ‘하한선’도 제시했다. 키코 관련 소송을 낸 적이 없고, 오버헤지와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기업에 한해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분조위 결정은 강제력이 없다. 다만 금감원은 “키코의 사기성을 부인한 2013년 대법원 판결을 고려해 불완전판매 여부만 심의했다”며 “은행이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판단하길 바란다”고 했다.

은행과 키코 피해 기업들은 분조위 결정이 나온 뒤 20일 내에 조정안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해야 한다. 은행들은 당장 수용 여부를 밝히진 않았다. 경영진이 조정안을 받아들인다 해도 이사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은행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상황에서 배상하면 주주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 것도 10년 뒤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라며 “일관성 없는 감독정책 때문에 경영 리스크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임현우/박신영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