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화학으로 LG그룹 기틀 마련한 1.5세대 경영인 구자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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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크림 생산부터 금성사 공장까지 현장경영
14일 타계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회사 창업 초기부터 회사운영에 합류해 부친인 고(故) 구인회 창업회장을 도와 글로벌 LG를 일궈온 1.5세대 경영인이다.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지수보통학교를 거쳐 부산사범대 부속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1950년 구인회 LG그룹 창업회장의 부름을 받아 락희화학(현 LG화학)에 입사, 서울의 화장품연구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러나 뒤이어 발발한 6·25 전쟁으로 아쉬움을 남긴 채 부산으로 내려오게 된다. 구 명예회장은 이후 공장 등 생산현장에서 직원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럭키크림 생산을 직접 담당하면서 손수 가마솥에 원료를 붓고 불을 지펴 크림을 만들었다. 박스에 일일이 제품을 넣어 포장해 판매현장에 들고 나갔다. 하루걸러 숙직을 하며 새벽부터 몰려오는 도매상들을 맞았고,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공장가동을 준비했다. 판자를 잇댄 벽에 깡통을 펴 지붕을 덮은 공장에서 숙직할 때면, 판자 사이로 들어온 모래바람 때문에 자고 나면 온몸이 모래투성이였다.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허름한 야전점퍼에 기름을 묻히고 다니는 모습이 영락없는 현장 근로자였다.
주변 사람들이 부친인 구인회 창업회장에게 “장남인데 너무한 거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구 창업회장은 “대장간에서는 하찮은 호미 한 자루 만드는 데도 무수한 담금질로 무쇠를 단련한다. 고생을 모르는 사람은 칼날 없는 칼이나 다를 게 없다”며 현장 수업을 고집했다.
1950년대에서 196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 LG는 부산의 부전동공장, 연지공장과 동래공장, 초읍공장, 온천동공장 등 생산시설을 연이어 확장하며 화장품, 플라스틱 가공 및 전자산업에서 국가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구 명예회장은 플라스틱 가공제품의 국내 최초 생산 현장은 물론, 금성사(현 LG전자)가 국내 최초로 라디오를 생산하는 과정도 직접 챙겼다. 한국의 화학공업과 전자사업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현장에서 지휘했다. LG그룹 관계자는 "LG의 어느 공장이든 구 명예회장의 손을 거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면서 "공장에 따라서는 어느 상자에 어떤 공구가 들어 있고, 누가 어떤 작업을 잘 하는지도 훤히 꿰고 있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지수보통학교를 거쳐 부산사범대 부속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1950년 구인회 LG그룹 창업회장의 부름을 받아 락희화학(현 LG화학)에 입사, 서울의 화장품연구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러나 뒤이어 발발한 6·25 전쟁으로 아쉬움을 남긴 채 부산으로 내려오게 된다. 구 명예회장은 이후 공장 등 생산현장에서 직원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럭키크림 생산을 직접 담당하면서 손수 가마솥에 원료를 붓고 불을 지펴 크림을 만들었다. 박스에 일일이 제품을 넣어 포장해 판매현장에 들고 나갔다. 하루걸러 숙직을 하며 새벽부터 몰려오는 도매상들을 맞았고,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공장가동을 준비했다. 판자를 잇댄 벽에 깡통을 펴 지붕을 덮은 공장에서 숙직할 때면, 판자 사이로 들어온 모래바람 때문에 자고 나면 온몸이 모래투성이였다.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허름한 야전점퍼에 기름을 묻히고 다니는 모습이 영락없는 현장 근로자였다.
주변 사람들이 부친인 구인회 창업회장에게 “장남인데 너무한 거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구 창업회장은 “대장간에서는 하찮은 호미 한 자루 만드는 데도 무수한 담금질로 무쇠를 단련한다. 고생을 모르는 사람은 칼날 없는 칼이나 다를 게 없다”며 현장 수업을 고집했다.
1950년대에서 196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 LG는 부산의 부전동공장, 연지공장과 동래공장, 초읍공장, 온천동공장 등 생산시설을 연이어 확장하며 화장품, 플라스틱 가공 및 전자산업에서 국가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구 명예회장은 플라스틱 가공제품의 국내 최초 생산 현장은 물론, 금성사(현 LG전자)가 국내 최초로 라디오를 생산하는 과정도 직접 챙겼다. 한국의 화학공업과 전자사업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현장에서 지휘했다. LG그룹 관계자는 "LG의 어느 공장이든 구 명예회장의 손을 거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면서 "공장에 따라서는 어느 상자에 어떤 공구가 들어 있고, 누가 어떤 작업을 잘 하는지도 훤히 꿰고 있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