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월 LG CI 선포식을 마친 뒤 당시 구자경 회장(왼쪽 세번째)과 구본무 부회장(왼쪽)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표지석 제막식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1995년 1월 LG CI 선포식을 마친 뒤 당시 구자경 회장(왼쪽 세번째)과 구본무 부회장(왼쪽)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표지석 제막식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14일 타계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1970년 1월부터 1995년 2월까지 25년간 LG그룹의 2대 회장을 맡아 LG를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구 명예회장은 1950년 LG의 모기업인 락희화학(현 LG화학)에 입사한 이후 20여 년간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경영 역량을 바탕으로 기술과 인재를 중시했다. 70세에 은퇴의 용단을 내리고 장남인 구본무 회장에게 경영을 물려줬다.

구 명예회장은 국내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기업을 공개했고 국내 기업들이 엄두도 내지 못하던 해외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다가올 21세기를 주도할 수 있는 기업체질을 갖추기 위한 경영혁신 활동을 열성적으로 전개했다. 계열사 사장들이 ‘자율과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한 게 대표적이다. 또 철저한 ‘고객 중심 경영’을 표방했다.

구 명예회장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재임기간 동안 50여 개의 해외법인을 설립했다. 1982년 미국 알라바마 주의 헌츠빌에 세운 컬러TV공장은 국내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설립한 해외 생산기지였다. 해외투자에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독일의 지멘스, 일본 히타치·후지전기·알프스전기, 미국 AT&T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합작 경영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대표적인 합작 성공사례로 1966년부터 시작된 호남정유와 미국 칼텍스 사와의 합작을 꼽을 수 있다. 50:50의 대등한 비율로 경영을 양분했음에도 상생과 조화라는 합작의 기본을 존중하고, 원칙을 공정하게 지키면서 한 치의 잡음 없이 합작경영을 이어왔다.

1974년 금성통신과 지멘스와의 합작도 선진기술을 배우는 좋은 계기가 됐다. LG는 서로에게 합당한 원칙을 정하고, 투명한 경영을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많은 합작법인을 운영하면서도 파트너와의 분쟁이 없이 합작사업의 국제적 모범을 보였다.

구 명예회장은 경영 혁신 전도사로도 꼽힌다. 그는 1988년 21세기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도약을 목표로 한 ‘21세기를 향한 경영구상’이라는 변혁을 발표했다. 사업전략에서 조직구조, 경영스타일, 기업문화에 이르기까지 그룹의 전면적인 경영혁신을 담은 것이다. 과도하게 회장 1인의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관행화된 경영체제를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선진화된 경영 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자율과 책임경영’을 절체절명의 원칙으로 내세운 게 특징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