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문화결산] 단행본 소설 판매 줄고 웹소설 파이 키운 문학

페미니즘 소설도 출간 붐, 김혜순 캐나다 그리핀시문학상 수상
미투 포문 최영미 6년·표절 의혹 신경숙 4년 만에 복귀

올해 국내 문학계는 단행본 소설을 찾는 독자가 줄어들고 웹소설 시장이 신장한 가운데 페미니즘 소설 출간이 유행했다.

서점업계 1위인 교보문고 자료에 따르면 올해 소설 출간 종수는 2015년보다 30%가량 줄어든 6천928종을 기록했다.

소설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0% 넘게 하락했고, 여기에는 올해 한일 관계 악화와 맞물려 국내 소설 시장을 주도한 일본 소설 출간과 판매가 크게 줄어든 점이 많은 영향을 줬다.

출판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소설 시장의 축이 인쇄 단행본 위주에서 웹소설로 이동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13년 약 100억 원 규모에서 지난해 기준 약 4천억 원으로 고속 성장했다.

올해 데이터는 아직 없지만, 추세를 보면 더욱 커졌을 것으로 출판계는 추정했다.

일본 소설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34.2%나 급감했다.

주요 신작 부재로 상반기부터 판매 부진을 거듭하더니 한일 관계 악화로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지난해 워낙 성과가 좋았던 만큼 평년에 비교하면 거의 비슷한 수준의 판매량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전히 소설 코너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 야쿠마루 가쿠 등 일본 장르 소설 작가들 작품이 인기가 많고, 출판사들도 일본 장르 소설 출판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페미니즘 소설 출간 붐은 올해 더욱 두드러진 현상이다.

페미니즘이 사회적 이슈를 주도하는 분위기에 문학 작품 주요 소비층이 여성층이라는 자본 논리가 결합하면서 출판사들이 앞다퉈 페미니즘 소설을 서가에 내놨다.

'82년생 김지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조남주가 5월 3년 만에 신작 장편 '사하맨션'을 출간했고, 젊은 작가들의 소설집도 잇달아 나왔다.

'82년생 김지영'은 일본에 이어 중국에서도 번역 출간됐고 동명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엘레나 페란테,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린다 라 플란테 등 외국 유명 페미니스트 소설가들 작품이 한꺼번에 쏟아지는가 하면, 여성 작가들이 쓴 모든 작품에는 페미니즘적 요소가 있다는 홍보 문구가 붙었다.

주요 작가들이 해외 문학상을 받거나 외국에서 주목받는 일도 있었다.

김혜순 시인은 지난 6월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시문학상'을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받았다.

소설가 한강은 5월 노르웨이 공공예술단체 '미래도서관'으로부터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그는 노르웨이 오슬로를 찾아 한 세기 뒤에 출간할 미공개 소설 원고 '사랑하는 아들에게'를 전달했다.

국내 공상과학소설(SF)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김보영은 중단편 소설 3편의 판권을 미국 최대 출판그룹인 하퍼콜린스에 판매했다.

시인 고은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해 국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을 촉발한 시인 최영미는 6월 6년 만에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을 출간하고 활동을 재개했으며, 자신을 상대로 고은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표절 파문을 일으킨 소설가 신경숙도 지난 5월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중편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발표하며 칩거 4년 만에 복귀했다.

특히 표절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자신 이름으로 된 공식발표문을 통해 사과했지만, 표절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소설가 이문열은 신인 때부터 40년간 동반자 관계를 이은 민음사와 결별했으며, 소설가 박경리의 외동딸이자 시인 김지하의 부인인 김영주 전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 11월 별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