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부 中 수입품에 25% 관세 유지…트럼프, 막판에 뒤집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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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무역합의문 공개안한 미국·중국
이견 보인 4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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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지난 13일 1단계 무역합의 결과를 발표했지만 의문점이 여전하다. 당초 예상보다 적은 관세 축소,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액, 관세 추가 철회와 원상복구 여부, 2단계 협상 시점이 대표적이다. 미·중 모두 합의문을 공개하지 않은 데다 일부 쟁점에선 상반된 설명을 한 결과다.
(1) 2500억달러, 中제품 25% 관세 유지
미국은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15일로 예정됐던 16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15%) 부과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 9월 부과하기 시작한 1200억달러어치 관세(15%)는 절반인 7.5%로 축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나머지 2500억달러어치에 대한 25% 관세는 유지하기로 했다.
당초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은 2500억달러어치 25% 관세도 절반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협상팀이 중국에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 발표에선 빠졌다. 미 언론이 오보를 낸 건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제동을 건 것인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발표 당일 트윗을 통해 WSJ 보도를 콕 집어 “가짜뉴스다. 특히 관세 부분이 그렇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오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 협상팀 보고를 12일 오후에 받았고, 미 언론은 곧바로 25% 관세 축소를 담은 합의안을 승인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런데도 미·중 정부가 하루 동안 침묵을 지키다 13일 오전 10시(중국 시간 13일 밤 11시)에야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10시가 다 돼서야 합의안을 승인했다는 게 미 정부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25% 관세 축소를 문제삼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5% 관세 유지의 최대 승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2단계 협상에서 중국을 압박할 강력한 수단을 남겨둔 데다 ‘너무 양보했다’는 국내 비판 여론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중국, 미국 농산물 얼마나 사나
미국이 1단계 합의에서 공을 들여온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액도 찜찜한 구석이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3일 브리핑에서 중국이 향후 2년간 기존보다 총 320억달러어치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 본격화 전인 2017년 중국의 미 농산물 구매액은 240억달러였다. 여기에 2년간 연 160억달러를 더 구매해 연 400억달러를 채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추가로 연 50억달러 구매 노력을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최대 450억달러 구매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50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수치가 서로 맞지 않는 셈이다. 중국은 아예 수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를 약속했지만 세부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3) 관세 단계 철회? 다른 합의는 ‘깜깜이’
나머지 합의는 더 ‘깜깜이’다. 중국 정부는 합의 발표 때 “단계적 관세 축소에 합의했다”고 했지만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그런 합의는 없다”고 부인했다. 중국 측이 말한 ‘단계 철회’는 2단계 협상 결과에 달렸다는 설명이었다.
중국의 합의 위반 시 미국의 관세 원상복구(스냅백) 가능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미·중이 분쟁해결기구를 설치하기로 했고, 분쟁 발생 시 여기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만큼 관세 원상복구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WSJ는 합의 발표 전 “중국이 약속한 만큼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지 않으면 관세가 원상복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밖에 86쪽 분량으로 알려진 합의문엔 지식재산권, 금융시장, 위안화 환율, 기술이전 관련 조항도 포함됐지만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합의문 서명과 관련해선 미국 측은 1월 첫째주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워싱턴DC에서 서명하고 이후 30일 정도 지나면 합의문이 발효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은 서명 일정을 잡는 추가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4) 2단계 협상, 언제 시작해 언제 끝날까
최대 관심은 2단계 무역협상 개시일과 종료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단계 협상을 즉시 시작한다”며 “중국이 그렇게 원했고 나도 그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2단계 합의는 1단계 합의 실행 상황을 지켜본 뒤 하겠다”고 했다.
2단계 협상은 기술이전 강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사이버 해킹 등 1단계보다 훨씬 어려운 주제를 다뤄야 한다. 1단계보다 협상 타결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홍콩·대만·신장위구르 문제 등 정치적 요인과 미·중 패권전쟁까지 걸려 있어 내년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협상이 타결되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미국은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15일로 예정됐던 16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15%) 부과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 9월 부과하기 시작한 1200억달러어치 관세(15%)는 절반인 7.5%로 축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나머지 2500억달러어치에 대한 25% 관세는 유지하기로 했다.
당초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은 2500억달러어치 25% 관세도 절반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협상팀이 중국에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 발표에선 빠졌다. 미 언론이 오보를 낸 건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제동을 건 것인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발표 당일 트윗을 통해 WSJ 보도를 콕 집어 “가짜뉴스다. 특히 관세 부분이 그렇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오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 협상팀 보고를 12일 오후에 받았고, 미 언론은 곧바로 25% 관세 축소를 담은 합의안을 승인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런데도 미·중 정부가 하루 동안 침묵을 지키다 13일 오전 10시(중국 시간 13일 밤 11시)에야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10시가 다 돼서야 합의안을 승인했다는 게 미 정부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25% 관세 축소를 문제삼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5% 관세 유지의 최대 승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2단계 협상에서 중국을 압박할 강력한 수단을 남겨둔 데다 ‘너무 양보했다’는 국내 비판 여론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중국, 미국 농산물 얼마나 사나
미국이 1단계 합의에서 공을 들여온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액도 찜찜한 구석이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3일 브리핑에서 중국이 향후 2년간 기존보다 총 320억달러어치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 본격화 전인 2017년 중국의 미 농산물 구매액은 240억달러였다. 여기에 2년간 연 160억달러를 더 구매해 연 400억달러를 채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추가로 연 50억달러 구매 노력을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최대 450억달러 구매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50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수치가 서로 맞지 않는 셈이다. 중국은 아예 수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를 약속했지만 세부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3) 관세 단계 철회? 다른 합의는 ‘깜깜이’
나머지 합의는 더 ‘깜깜이’다. 중국 정부는 합의 발표 때 “단계적 관세 축소에 합의했다”고 했지만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그런 합의는 없다”고 부인했다. 중국 측이 말한 ‘단계 철회’는 2단계 협상 결과에 달렸다는 설명이었다.
중국의 합의 위반 시 미국의 관세 원상복구(스냅백) 가능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미·중이 분쟁해결기구를 설치하기로 했고, 분쟁 발생 시 여기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만큼 관세 원상복구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WSJ는 합의 발표 전 “중국이 약속한 만큼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지 않으면 관세가 원상복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밖에 86쪽 분량으로 알려진 합의문엔 지식재산권, 금융시장, 위안화 환율, 기술이전 관련 조항도 포함됐지만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합의문 서명과 관련해선 미국 측은 1월 첫째주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워싱턴DC에서 서명하고 이후 30일 정도 지나면 합의문이 발효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은 서명 일정을 잡는 추가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4) 2단계 협상, 언제 시작해 언제 끝날까
최대 관심은 2단계 무역협상 개시일과 종료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단계 협상을 즉시 시작한다”며 “중국이 그렇게 원했고 나도 그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2단계 합의는 1단계 합의 실행 상황을 지켜본 뒤 하겠다”고 했다.
2단계 협상은 기술이전 강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사이버 해킹 등 1단계보다 훨씬 어려운 주제를 다뤄야 한다. 1단계보다 협상 타결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홍콩·대만·신장위구르 문제 등 정치적 요인과 미·중 패권전쟁까지 걸려 있어 내년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협상이 타결되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