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철물점 공구로도 뚫려…불법체류 대부분은 비자 초과 체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국경에 세우고 있는 소위 '트럼프 장벽'은 당초 그 의도대로 불법 이민이나 마약 유입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주장했다.

WP는 16일 '트럼프 장벽이 무슨 소용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을 앞두고 2016년 대선 당시 자신의 대표적 공약인 장벽 건설을 이행하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람과 마약의 불법 월경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전 국경선을 따라 1천900마일(3천58㎞) 장벽을 건설한다고 했다가 지금은 1천마일(1천609㎞)만 새로 지어도 충분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그는 이 작업의 절반 정도를 내년 말까지 마치도록 자신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에게 책임을 맡겼다.

그러나 이마저 쉽지 않아보인다.

정부는 우선 장벽이 새로 설치되는 땅의 많은 부분을 수용하기 위해 개인 토지 소유주들과 소송을 벌여야 한다.

장벽의 환경적 영향을 우려하는 반대론도 방해가 되고, 의회에선 장벽 반대가 당론인 민주당이 가로막고 있다.

백악관이 현 회계연도 장벽 예산으로 요구하는 50억달러(약 5조9천억원)도 민주당은 책정할 뜻이 없다.

최근에는 행정부가 국내외 군기지용으로 의회 승인을 받은 자금 가운데 36억달러를 장벽 건설에 전용하려고 했으나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80억달러를 장벽 건설 비용으로 추산했지만, 실제 비용은 그 수 배에 달할 수 있다.

물론 장벽을 건설하면 기존 정책으로 막을 수 없던 일부 이주민들의 비인가 월경을 막을 수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장벽이 난공불락인 것은 아니다.

멕시코 갱단은 이미 철물점 등에서 단돈 100달러면 구할 수 있는 가정용 무선 공구만 갖고도 철과 콘크리트로 지은 장벽 보호기둥 밑단을 잘라서 통과할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한 트럼프 장벽이 미국 내 불법 체류자를 뜻하는, 비인가 이주민 전체 숫자를 급격하게 줄일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10년간 불법 체류자의 대부분은 불법 월경보다는 비자에 나온 체류 허가 기간보다 더 오래 미국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이민연구센터(CMS)의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새로운 불법 입국의 3분의 2 정도는 비자기한 초과 체류로 발생했다.

이 같은 초과 체류는 1천100만명 상당 비인가 이민자의 40% 이상이나 된다.

장벽은 이밖에 헤로인, 펜타닐(아편계 마약성 진통제) 등 마약 밀수도 대처하기 어렵다.

이런 환각성 물질의 대부분은 도리어 남동 국경의 합법적 항구를 통해 차와 트럭에 숨겨져 반입되기 때문이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상대로 멕시코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이 장벽이 자금을 투입할 가치가 있다고 설득했다"면서 "(지지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미국인들은 여기에 회의적인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