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간 수싸움으로 선거제 개편안이 미궁 속에 빠져들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안 원안을 상정하겠다고 압박한 데 이어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서 잠정 합의했던 석패율제 도입도 돌연 불가 방침을 밝혔다.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의석수 제한(캡)을 21대 총선에 한해 적용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석패율제 도입은 양보하지 않았다. 선거제 개편안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시한 협상 데드라인인 16일에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비례대표 의석 ‘캡’과 석패율 놓고 ‘밀당’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의석수 제한을 30석으로 고집한다면 이번(총선)만 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전날 4+1 협의체에서 선거제 조정 협상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자 양보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여러 이유를 들어 (지역구와 비례의석을) 250 대 50까지 비틀었다”며 “진보정치의 새로운 정치인을 육성하려고 하는 석패율 제도마저 (입장을 바꿔) 폐지 운운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정치권에선 선거제 협상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민주당의 ‘갈지(之)자’ 행보가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수를 30석으로 제한하면 석패율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보였다. 4+1 협의체의 잠정 합의 내용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의당과 평화당, 바른미래당이 당내 추인을 받지 못하고 반대하자 민주당은 강경 대응으로 기류가 변했다. 15일 오후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에서도 군소 야당에 끌려다닌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발 더 나아가 16일엔 석패율제 도입을 주장하는 정의당에 날선 공격을 가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중진들 재선 보장용인 석패율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에서 유일한 중진 의원인 심상정 대표(3선)를 겨냥한 발언이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정의당은 과거 석패율제에 대해 중진 구제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대해왔다”고 강조했다. 석패율제는 비례대표 명부에 지역구에 출마한 의원들을 넣어 이들이 떨어질 경우 순번대로 구제해주는 제도다.

호남 의석수 감소에도 오락가락

호남 지역구 의석 감소를 막는 방안을 두고 민주당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등 호남계 군소정당은 호남 지역구 의석 감소를 막기 위해 지역구 획정의 기준을 최근 인구수가 아니라 ‘선거일 전 3년간 평균 인구수’로 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민주당 지도부가 받아들이자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특정 지역의 선거구 소멸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인구 범위를 조정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선거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의 4+1 협상 재개에도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4+1 협상이 난항에 직면했음을 고백한다”며 “4+1 협의체를 재가동하기 위한 원내대표급 회동이 가능한지 다시 타진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 정의당의 한 의원은 “비례대표 의석수 제한과 석패율제 철회 등을 조금씩 양보하더라도 결과는 내야 한다”며 “민주당이 선거제 원안 그대로 상정할 가능성은 0%”라고 내다봤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반대 등을 지렛대로 민주당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공수처에 대한 반대 등은 내부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며 “이미 공약으로 내건 사안이고, 지지층도 대부분 찬성한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이 4+1 협의체와 별도로 추진한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협상은 자유한국당의 불참으로 결렬됐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