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정보기술(IT) 기업 라드는 성공한 벤처강소기업의 롤모델로 흔히 거론된다. 라드그룹의 연매출은 1조5000억원 수준. 수백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에 비해 규모는 아직 작다. 이런 라드그룹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성공한 강소기업 한 곳이 기업 생태계 전반을 활성화한 모범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1981년 창업한 라드그룹은 인터넷 트래픽을 관리하는 솔루션 전문 벤처기업으로 시작했다. 트래픽 관리 부문에서 입지를 다지면서 점차 다른 부문 계열사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한때 계열사가 30여 곳에 이를 정도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일반적 의미의 계열사와는 달랐다. 라드그룹 계열사는 하나하나가 벤처기업이다. 라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진이 창업 단계부터 조언해준 기업들이다. 라드그룹이 기술 공유, 공동 마케팅 등을 주도하지만 각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경영한다.

이스라엘 강소기업으로 꼽히는 라드데이터 커뮤니케이션즈의 성공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강소기업의 등장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라드의 성공모델을 국내에도 이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성공한 강소기업이 롤모델이 되고 많은 벤처기업에 건강한 자극제 역할을 해 새로운 강소기업의 등장을 이끈다는 얘기다. 김정주 중소벤처기업부 기술개발과장은 “기존 대기업식 계열화가 아니라 느슨한 연결로 이어진 강소기업군이라는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