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투자자 보호대책 여파
은행 "공모 상품 판매에 주력"


은행 창구에서 '레버리지', '인버스(리버스)'형 펀드를 기반으로 한 신탁 상품이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계기로 내놓은 투자자 보호 대책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은행 창구서 레버리지·인버스형 신탁 사라질 듯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편입하는 신탁상품이 금융당국이 규정한 '고난도 금융상품'에 해당해 판매가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파생상품을 담은 복잡한 투자상품이면서 원금의 20% 넘게 손해 볼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고난도 금융상품으로 정하고, 은행권에서 이들 상품의 사모 형식 판매를 금지한 바 있다.

대규모 원금손실 논란을 빚은 DLS·DLF가 고난도 금융상품의 대표적인 예로, 이들 상품은 이미 DLF 사태가 불거지면서 현재 은행권에서는 사실상 판매되지 않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을 담은 신탁(ELT)은 고난도 금융상품이지만, 조건부로 판매가 허용된다.

당국은 ▲ 기초 자산이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인 5개(한국의 코스피200, 미국의 S&P500, 유럽의 유로스톡스50, 홍콩의 항셍지수, 일본의 닛케이225)이고 ▲ 공모형이며 ▲ 손실 배수가 1 이하인 파생결합상품은 신탁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은행권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판매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 중 하나가 투자 위험이 큰 레버리지·인버스 ETF 신탁이다.

레버리지 펀드는 기초지수의 변동률에 1.5배나 2배 등 미리 지정한 배율로 수익률의 변동 폭을 키운 펀드, 인버스 펀드는 수익률이 해당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펀드를 말한다.

예컨대 '2배 인버스 레버리지' 증권투자신탁이라면 기초지수 움직임의 -2배를 추종하는 펀드를 기반으로 한 신탁상품이다.

지수가 1% 하락할 경우 2% 수익률을 내는 구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들 상품은 고위험·수익 상품으로, 당국에서 명확히 '판매 불가'로 못 박진 않았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제한될 것으로 본다"며 "금융투자협회에 문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초 지수 때문에 판매를 제한받는 신탁상품도 있다.

이번에 허용된 5가지 지수는 은행권에서 가장 많이 쓰는 지수이지만 예외도 있다.

A 은행의 경우 중국 지수 중 하나인 '아이셰어즈 차이나 라지 캡' ETF를 기초로 한 파생결합 신탁(DLT)을 판매하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기초 지수를 바꾸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 상품을 재설계하면 된다"면서도 "지수를 한정하는 것은 다양성이나 리스크 분산 효과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앞으로 투자상품은 공모상품 위주로 마케팅에 주력할 방침이다.

일부 은행은 원금 80% 보장형 상품을 재설계해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보장성이 높아지면 목표 수익률이 내려가고, 정기예금과 비교해 별 이득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의 요구 등을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