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연료 사용·적은 보유량 등 한계도 있어"

미국 로켓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달 두 차례 실시한 '중대 시험'을 두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주요 요건을 모두 갖춘 것으로 분석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6일 보도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지난 7일과 13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인근 수직형 로켓엔진 시험대에서 두차례 엔진 연소시험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美전문가 "北ICBM, 사거리·대기권 재진입 등 주요 요건 갖춰"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의 책임자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VOA에 "2017년에 시험한 화성-14형과 15형은 미국 본토 대부분에 다다를 수 있다"며 "특히 15형은 미국 어디로든 핵무기를 싣고 날아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고 밝혔다.

루이스 소장은 미사일 요격 정확도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며 "200㏏ 수소폭탄이 워싱턴D.C.에 떨어져 버지니아 북부를 강타한다면 이는 여전히 (미국에) 나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권 재진입 능력에 대해서는 "ICBM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재진입체를 만들지 못하는 나라는 없었다"며 북한이 이미 기술을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CfA)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 역시 북한의 ICBM 사거리는 이미 미 본토를 충분히 겨냥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도시를 타격하지 않더라도, 미국 어딘가를 강타할 수 있는 북한 미사일은 충분한 위협"이라며 루이스 소장과 의견을 같이했다.

미 국방정보국 출신 브루스 벡톨 앤젤로 주립대 교수는 북한이 무수단과 화성-12형 등 중거리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능력을 이미 증명한 것에 미루어 ICBM의 재진입 역량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도 "이번의 큰 실험들을 제쳐두더라도, (북한이 시행한) 다른 실험들 역시 북한이 이미 ICBM용 핵무기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확보했음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美전문가 "北ICBM, 사거리·대기권 재진입 등 주요 요건 갖춰"
다만 고체 연료 개발 여부와 미사일 수량 등 북한 ICBM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북한의 ICBM은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지만 액체연료를 사용한다"면서 "액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전 연료 주입이 필요하고 준비 시간이 긴데, 이 과정에서 공격받기 쉽다"며 '운용상의 큰 결점'을 설명했다.

그는 "고체연료는 ICBM에 미리 장착하고 발사 결정 뒤 수 분 내 이동식 발사대에 올려 쏠 수 있어 매우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맥도웰 박사도 북한의 지난 7일 시험은 "액체연료 로켓 시험이 분명하다"며 "북한은 대형 액체연료 로켓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미 공격에서 북한이 러시아, 중국과 가지는 차이점은 장거리 미사일 보유량이 적다는 것"이라며 "하나 또는 고작 몇 기의 미사일로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연말 시한'에 맞춰 미사일 발사를 실제로 감행할지 확신할 수 없으며, 북한이 이를 평화적인 우주 개발 목적의 '위성 발사'로 포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루이스 소장은 "북한 우주발사체는 ICBM과 비교해 정교함이 매우 뒤떨어진다"며 "ICBM 발사 유예라는 목표에 집중하되, '은하' 로켓 발사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美전문가 "北ICBM, 사거리·대기권 재진입 등 주요 요건 갖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