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의인열전] 살인마 난동속에서 주민들 목숨 구한 아파트관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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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정연섭씨, 안인득 방화살인현장서 칼에 찔리고도 주민 대피 도와
끔찍한 사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퇴사 "같은 상황이 와도 그렇게 할 것"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입니다.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까요?"
지난 4월 17일 오전 4시 25분께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일명 안인득 사건)으로 현장에서 크게 다치고도 주민을 대피시킨 의인 정연섭(29) 씨는 참사 순간을 떠올리며 겸손하게 말했다.
사건 당일 아파트 관리소 직원으로 당직근무 중이던 정 씨는 화재 경보 비상벨 소리를 듣고 한걸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가 사고 직후 곧장 현장으로 향하는 장면은 관리소 내 폐쇄회로(CC)TV에 기록됐다.
비상벨 울리는 일 자체가 드문 데다 연달아 두 곳에서 울려 퍼지는 벨 소리에 정 씨는 '큰불이 났다'고 생각했다.
정 씨는 연기와 불길이 치솟는 4층까지 비상계단으로 이동하며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외쳤다.
이동한 지 몇분 남짓 정 씨는 비상계단과 승강기 사이에서 한 남성과 마주쳤다.
정 씨와 1∼2m 거리에 있던 그 남성은 다짜고짜 "관리소에서는 뭐 했냐?", "그러니깐 관리소에서는 뭘 해줬냐?"라고 정씨에게 따져 물었다.
정 씨는 "사복을 착용해 자신이 관리소 직원이라는 것을 식별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 남성은 계속해서 '관리소' 관련 질문을 해 의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씨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답하자 이 남성은 정 씨 얼굴을 향해 한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이 남성이 바로 '아파트 방화·살인범' 안인득(42·구속)이었다.
정 씨는 안인득이 양손에 든 흉기와 자신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보고 '단순 화재'가 아니라고 직감했다.
그는 "칼 든 사람에게 찔렸다.
불도 크게 났다.
소방도 같이 와줘라"며 다급히 경찰(112)에 신고했다.
이어 소장, 과장 등 관리소 직원에게도 연락해 신속하게 상황을 여러 곳에 알렸다.
정 씨는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안인득과 대치하는 것을 보고 아파트 곳곳에 쓰러져있는 주민들에게 달려갔다.
"딸이 다쳤다"는 여성의 소리가 크게 들리는 3층 복도에서 한 남성이 그 여성을 응급처치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얼굴을 심하게 다쳐 피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아파트 안팎을 오가며 쓰러진 주민을 119 구조대원과 함께 구급·응급차로 옮겼다.
자신도 크게 다친 정씨는 주민들을 다 대피시킨 후에서야 마지막으로 구급차에 올랐다.
그는 안인득이 휘두른 칼에 맞아 얼굴 부위에 수십 바늘을 꿰매야 하는 큰 상처를 입었다.
병원에서 왼쪽 광대뼈가 함몰됐고, 신경도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사고 초기 상처를 입은 부위가 내려앉아 얼굴이 좌우 비대칭이 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정 씨는 상태가 호전돼 사건 발생 40여일 만인 6월 1일 다시 아파트로 출근했다.
관리소 동료 배려로 전화를 받는 등 간단한 일을 하며 업무에 적응해 나갔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더는 일 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끔찍한 일이 발생했던 동을 찾은 정 씨는 두통, 멀미, 감기 기운을 느꼈고, 아파트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감기 기운으로 알았지만 증상이 며칠간 계속되자 병원을 찾았고, 결국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라는 진단을 받았다.
복직 3주 만이었다.
정 씨는 "정신적으로는 괜찮은데 악몽 같은 상황이 몸으로 다가온다"며 "트라우마가 진행되면 최대 3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에서 쉰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라우마'가 매달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유 없이 순간적으로 찾아와 견디기가 쉽지 않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후 정 씨는 관리소장과 상담 후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또 휴직하면 3교대 근무가 2교대로 돼 동료들이 너무 힘들 것 같아 사직서를 썼다"고 직장을 그만둔 이유를 소개했다.
정 씨는 전기·승강기 기능사 등 자격증을 따서 어렵게 입사한 아파트 관리소를 떠나 현재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언론 보도를 보고 취직 제안이 제법 왔지만 대부분 서울에서 연락이 왔다"며 "경제적인 이유로 서울이 아닌 진주나 창원에서 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 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마치며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해도 위험을 마다하지 않고 주민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4월 왼쪽 광대뼈 쇠 제거 수술과 흉터 제거 수술을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
끔찍한 사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퇴사 "같은 상황이 와도 그렇게 할 것"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입니다.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까요?"
지난 4월 17일 오전 4시 25분께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일명 안인득 사건)으로 현장에서 크게 다치고도 주민을 대피시킨 의인 정연섭(29) 씨는 참사 순간을 떠올리며 겸손하게 말했다.
사건 당일 아파트 관리소 직원으로 당직근무 중이던 정 씨는 화재 경보 비상벨 소리를 듣고 한걸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가 사고 직후 곧장 현장으로 향하는 장면은 관리소 내 폐쇄회로(CC)TV에 기록됐다.
비상벨 울리는 일 자체가 드문 데다 연달아 두 곳에서 울려 퍼지는 벨 소리에 정 씨는 '큰불이 났다'고 생각했다.
정 씨는 연기와 불길이 치솟는 4층까지 비상계단으로 이동하며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외쳤다.
이동한 지 몇분 남짓 정 씨는 비상계단과 승강기 사이에서 한 남성과 마주쳤다.
정 씨와 1∼2m 거리에 있던 그 남성은 다짜고짜 "관리소에서는 뭐 했냐?", "그러니깐 관리소에서는 뭘 해줬냐?"라고 정씨에게 따져 물었다.
정 씨는 "사복을 착용해 자신이 관리소 직원이라는 것을 식별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 남성은 계속해서 '관리소' 관련 질문을 해 의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씨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답하자 이 남성은 정 씨 얼굴을 향해 한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이 남성이 바로 '아파트 방화·살인범' 안인득(42·구속)이었다.
정 씨는 안인득이 양손에 든 흉기와 자신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보고 '단순 화재'가 아니라고 직감했다.
그는 "칼 든 사람에게 찔렸다.
불도 크게 났다.
소방도 같이 와줘라"며 다급히 경찰(112)에 신고했다.
이어 소장, 과장 등 관리소 직원에게도 연락해 신속하게 상황을 여러 곳에 알렸다.
정 씨는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안인득과 대치하는 것을 보고 아파트 곳곳에 쓰러져있는 주민들에게 달려갔다.
"딸이 다쳤다"는 여성의 소리가 크게 들리는 3층 복도에서 한 남성이 그 여성을 응급처치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얼굴을 심하게 다쳐 피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아파트 안팎을 오가며 쓰러진 주민을 119 구조대원과 함께 구급·응급차로 옮겼다.
자신도 크게 다친 정씨는 주민들을 다 대피시킨 후에서야 마지막으로 구급차에 올랐다.
그는 안인득이 휘두른 칼에 맞아 얼굴 부위에 수십 바늘을 꿰매야 하는 큰 상처를 입었다.
병원에서 왼쪽 광대뼈가 함몰됐고, 신경도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사고 초기 상처를 입은 부위가 내려앉아 얼굴이 좌우 비대칭이 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정 씨는 상태가 호전돼 사건 발생 40여일 만인 6월 1일 다시 아파트로 출근했다.
관리소 동료 배려로 전화를 받는 등 간단한 일을 하며 업무에 적응해 나갔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더는 일 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끔찍한 일이 발생했던 동을 찾은 정 씨는 두통, 멀미, 감기 기운을 느꼈고, 아파트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감기 기운으로 알았지만 증상이 며칠간 계속되자 병원을 찾았고, 결국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라는 진단을 받았다.
복직 3주 만이었다.
정 씨는 "정신적으로는 괜찮은데 악몽 같은 상황이 몸으로 다가온다"며 "트라우마가 진행되면 최대 3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에서 쉰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라우마'가 매달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유 없이 순간적으로 찾아와 견디기가 쉽지 않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후 정 씨는 관리소장과 상담 후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또 휴직하면 3교대 근무가 2교대로 돼 동료들이 너무 힘들 것 같아 사직서를 썼다"고 직장을 그만둔 이유를 소개했다.
정 씨는 전기·승강기 기능사 등 자격증을 따서 어렵게 입사한 아파트 관리소를 떠나 현재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언론 보도를 보고 취직 제안이 제법 왔지만 대부분 서울에서 연락이 왔다"며 "경제적인 이유로 서울이 아닌 진주나 창원에서 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 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마치며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해도 위험을 마다하지 않고 주민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4월 왼쪽 광대뼈 쇠 제거 수술과 흉터 제거 수술을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