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면적 84㎡의 실거래가가 30억원을 웃도는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국토교통부는 시세 30억원 이상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치를 80%로 제시했다. 한경DB
전용면적 84㎡의 실거래가가 30억원을 웃도는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국토교통부는 시세 30억원 이상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치를 80%로 제시했다. 한경DB
정부가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 비율을 높이기로 하면서 내년 보유세 부담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종합부동산세율이 1년 새 두 차례나 오른 데다 공제비율도 줄어든 상황에서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시가격까지 인상돼서다.

1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은 9억원 이상 주택을 중심으로 시세 반영 비율을 높이는 게 골자다.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높다. 올해 공동주택 평균 현실화율은 68.1%지만 앞으로 시세 9억~15억 미만 주택은 70%, 15억~30억 미만은 75%, 30억 이상 주택은 80%까지 오른다.

정부는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시세 반영 비율을 높이겠다고 설명했지만 서울의 경우 대부분 아파트가 사정권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8801만원이다. 중위가격이란 모든 집을 가격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있는 집의 가격이다.

강남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이 시세 수준에 수렴할 전망이다.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중현 면적대 가격이 30억원을 넘어가고 있어서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전용면적 84㎡는 올해 최고 34억원까지 거래됐다. 인근 10년차 아파트인 ‘래미안퍼스티지’ 같은 면적대 또한 지난달부터 30억원을 넘겨 거래되는 중이다. 정부가 밝힌 이들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 목표치는 80%다. 올해 15억~19억원대인 이들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최대 20억 중반대까지 오를 수 있는 셈이다. 시세 15억 안팎의 강남 소형 아파트나 강북의 중형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이들 단지의 공시가격 시세 반영 비율은 70%까지 오른다.

시세 반영 비율이 높아진다는 건 그만큼 공시가격이 오른다는 의미다. 공시가격이 각종 세제의 근간이 되는 만큼 집주인의 세금 부담은 늘어난다. 특히 보유세 인상폭이 클 전망이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지난해 ‘9·13 대책’을 통해 세금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도록 설계된 데다 전날 ‘12·16 대책’으로 세율이 인상됐다. 이번에 공시가격까지 오르게 되면서 집주인들의 과세표준 자체가 높아지게 됐다.

종부세는 주택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계산하는 구조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지난해까지 80%였지만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을 통해 올해부턴 85%로 올랐다. 예컨대 단독명의 1주택자가 공시가격 10억원짜리 집을 갖고 있다면 기본공제(9억원)를 뺀 1억원에 이 비율을 대입해 8500만원이 과세표준이 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해매다 5%포인트씩 인상돼 2022년엔 100%가 된다. 앞으론 종부세 과세기준(1주택 9억·다주택 6억)을 초과하는 만큼의 집값이 곧 과세표준이 되는 셈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세금은 증가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1년 만에 세율도 한 차례 더 올리기로 했다. 일반 세율은 경우 종전 0.5~2.7%에서 0.6~3.0%로, 3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경우 종전 0.6~3.2%에서 0.8~4.0%로 크게 인상된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세부담 상한선은 200%에서 300%로 바뀐다. 보유세가 전년 대비 3배까지 증가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풀기로 한 셈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종부세율 인상 등을 감안하면 내년엔 1주택자라도 세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시세 30억 수준인 아크로리버파크의 내년 공시가격이 24억4000만원까지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종부세와 재산세 등을 합친 보유세는 올해 908만원에서 2020년 1333만원(만 60세 미만·보유기간 5년 미만 가정)으로 400만원 이상 늘어난다. 중과 세율이 적용되는 다주택자의 경우엔 매각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세금이 급증한다. 문제는 집값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이 한꺼번에 오를 예정이어서 세금은 불어난다는 점이다.

세무업계는 내년 상반기까지 절세 목적의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전에 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증여해 명의를 나눌 경우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까닭이다. 매각이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12·16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내년 상반기까지 한시적으로 배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들이 대상인 만큼 장기 보유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전방위적으로 강도 높은 대책이 맞물려 서울과 수도권 주택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