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난항 속 '한박자 빠른' 인선…文대통령 "통합·경제 시대정신 적임자"
"즉각 국정운영 가능 경제통"…'책임총리·분권형 총리' 관측도
중진의원 배치로 국정장악력↑ 청문리스크↓…일부선 '정치인 의존' 지적도
'입법부 수장' 총리발탁 부담…文대통령도 "주저함 있었지만 비상한 각오로 모셔"
文대통령 '정세균 카드' 낙점 배경은…'경제·협치'에 국정 초점(종합)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은 결국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17일 정 전 의장을 이낙연 총리의 뒤를 이어 내각을 통할할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 후반기 국정운영의 초점을 '경제'와 '협치'에 맞추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상 첫 국회의장 출신 인사를 총리로 발탁하는 파격적 결정이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며 "통합과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런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가 정 후보자라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통합과 경제라는 두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서 총리 인선을 결단했다는 점, 향후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역시 이런 '양대 기둥'을 중심으로 풀어가겠다는 점을 드러낸 발언이다.

정 후보자 역시 이에 발맞춰 인선발표 직후 국회에서 입장을 밝히며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중량감 등을 감안할 때 일부에서는 정 후보자가 내치(內治) 영역에서 상당한 권한을 갖는 '책임 총리', 더 나아가 사실상 '분권형 총리'로 자리를 잡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文대통령 '정세균 카드' 낙점 배경은…'경제·협치'에 국정 초점(종합)
애초 여권 내에서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들의 처리 방향이 잡힌 뒤에 지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전격적으로 인선을 단행했다.

여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장수 총리'로 재직 중인 이 총리의 교체 필요성이 대두한 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선거법 논의가 국회에서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만일 이 총리가 총선에서 지역구로 나설 경우 내년 1월 16일까지 공직에서 사퇴해야 하는 만큼 청문회 일정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공직 분위기를 전면 쇄신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 등이 '한 박자 빠른 인사'의 배경이 됐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文대통령 '정세균 카드' 낙점 배경은…'경제·협치'에 국정 초점(종합)
정 후보자가 후임 총리로서 갖는 강점은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우선 정 후보자는 국회에서는 국회의장, 당 대표, 원내대표를 두루 거친 6선 의원이자 노무현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까지 거치는 등 즉각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한 인사로 꼽힌다.

특히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쌍용그룹에 입사해 상무이사까지 17년간 재직하는 등 민주당 내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입지를 다졌다.

문 대통령도 정 후보자에 대해 "경제를 잘 아는 분이다.

성공한 실물 경제인 출신이며 참여정부 산업부 장관으로 수출 3천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풍부한 국정경험으로 경제 및 외교·안보 등 주요 정책현안을 유능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각 부처를 안정적으로 조율하는 것은 물론 행정부와 국회 간 협치, 여권과 야권의 협치를 끌어내는 데도 적임자라는 기대감도 여권 내에서 형성돼 있다.

문 대통령 역시 "정 후보자는 온화한 인품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경청의 정치를 펼쳐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나아가 여권에서는 중진 정치인으로서 '검증된 인사'인 만큼 청문회 통과 가능성도 높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6선 의원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경험이 있고 산자부 장관으로 발탁됐을 때에도 검증을 한차례 거쳤기 때문이다.

정 후보자가 인사검증 요청에 동의한 지 일주일 만에 '속전속결'로 발표가 이뤄질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과거의 이력을 포함, 대미·대중·대러 외교활동 등 국제무대에서 이미 능력이 검증됐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도 "충분히 검증이 됐고 판단이 섰기 때문에 발표를 한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지명한 데 이어 국무위원들을 이끄는 자리에 무게감 있는 여당 정치인을 배치하면서 국정 전반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도 엿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내각 용인술이 지나치게 여당 정치인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굳이 야권은 아니더라도 학계나 전문가 그룹 등을 폭넓게 활용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인 등용에 대한 문제의식도 번지고 있는데, 비상한 상황이라는 점만으로 충분히 설명이 된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설명이 된다고 본다"고 답하기도 했다.

文대통령 '정세균 카드' 낙점 배경은…'경제·협치'에 국정 초점(종합)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향후 정 후보자에게 내치 영역에서 상당부분 권한을 보장해주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이해찬 당시 총리에 버금가는 책임총리나 분권형 총리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총리가 보여준 것처럼 정 후보자 역시 문 대통령과 활발한 소통을 하며 국정에 대한 의견을 기탄없이 주고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정 후보자가 최종적으로 총리에 임명되기 전까지 거쳐야 할 관문도 아직 남아있다.

특히 입법부의 수장 출신 인사가 사실상 행정부의 '2인자'가 된다는 점이 국회 임명동의 과정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 대통령도 이에 대한 부담을 느낀 듯 이날 발표에서 "저는 입법부 수장을 지낸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그러나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며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정 후보자의 여야를 모두 운영한 경험, 협치 능력 등을 높이 평가했다.

비상한 각오로 모셨다"는 언급을 했다고 청와대 측이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현직 국회의장이 총리로 지명됐다면 삼권 분립 위반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례는 전직 의장을 지명했으므로 경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 표결 통과를 낙관하느냐'는 물음에는 "그건 국회에서 정할 일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된 적이 (별로) 없지 않나"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