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머니마켓펀드(MMF)에 신용부도스와프(CDS) 연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담은 자산운용사에 대한 제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타르국립은행(QNB) ABCP MMF 부실 우려가 기우로 판명 나면서 제재 근거가 빈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타르銀 ABCP 문제없다" 판명에…금융당국, 자산운용사 제재 '고심'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달 초 MMF에 CDS 연계 ABCP를 담아 운용한 19개 운용사를 제재하는 안건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해당 운용사별로 2000만~8000만원씩 과태료를 부과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 자본시장법은 MMF에 원리금이 환율이나 증권의 가치 등에 의해 변동되는 자산을 편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채권 부도 위험에 수수료(프리미엄)를 매긴 CDS 연계 ABCP는 기초자산에 채무불이행(디폴트) 등 원리금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운용업계는 당국의 제재 움직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단순히 어떤 이벤트 발생으로 기초자산 위험이 커질 수 있으니 편입하지 말라는 것은 ‘국가부도 우려가 있으니 국채를 담지 말라’는 소리와 다를 게 없다”며 “신용등급이 높은 CDS 연계 ABCP는 신용평가사에서 고정금리 상품으로 평가할 정도로 유동성 관리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8월 불거진 ‘QNB ABCP 부실 우려 사태’에서 출발한다. 당시 국내 주요 MMF는 QNB ABCP를 10조원어치 이상 담고 있었다. QNB 외화 정기예금을 기초로 발행된 ABCP 금리는 연 2.4% 정도로 1% 남짓인 국내 정기예금 ABCP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터키 간 관계가 악화하자 우정사업본부 등 연기금을 중심으로 MMF 환매 요구가 쏟아졌다. QNB 자산 중 터키 비중이 10%에 이르는 상황에서 터키 금융시장 불안이 자칫 MMF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8월 한 달간 MMF 순유출액은 약 18조원에 달했다.

QNB ABCP 만기 상환이 작년 말까지 문제없이 이뤄지면서 파장은 곧 진정됐다. 올 3월엔 국내에서 QNB ABCP 발행이 재개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QNB의 높은 신용도와 안정성 등을 감안하면 ABCP 디폴트 가능성은 거의 없었는데 막연한 불안감이 ‘패닉셀’을 조장했다”고 평가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