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모빌리티 정책 시장 자율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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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총량 규제 안 푸는 정부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
송형석 IT과학부 차장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
송형석 IT과학부 차장
주당들이 하나로 뭉치는 송년회 날. 끌고 다니는 차를 두고 가는 게 정석이지만 굳이 차를 몰고 약속 장소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택시를 못 잡아 30~40분씩 추운 밤거리를 헤매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사람들이 몰리는 목요일이나 금요일, 서울 강남역 또는 종각역 부근에서 모임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차를 선택하라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택시를 잡으려면 최소 30분 이상 소요되지만 대리운전기사는 5~10분 만에 나타나기 때문이란 논리다.
대리운전이 주당들의 ‘발’이 될 수 있는 건 수요에 비례해 공급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대리운전 비즈니스의 고유한 특성 덕분이다. 대리를 부르는 ‘콜’이 많아지면 집에서 쉬고 있던 기사들이 일제히 거리로 뛰어나온다. ‘보이지 않는 손’이 오늘 밤 영업에 나서는 대리기사의 숫자를 결정하는 셈이다.
‘한결같이 짧은 대기 시간’은 한국에서 대리운전 비즈니스가 번창한 배경이기도 하다. 산업연구원이 추산한 전국의 대리기사는 11만 명 안팎. 시장 규모도 연간 3조원에 달한다. 연간 5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택시시장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택시와 신규 모빌리티(운송수단)의 경쟁을 틈타 대리운전업계가 실리를 취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처럼 대리운전시장이 발달한 나라는 흔치 않다. 밤늦게까지 술을 먹는 나라가 많지 않아서기도 하지만 수요에 따라 공급이 늘어나는 대체재가 있다는 이유가 더 크다. 미국엔 자기 차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우버와 리프트가 대리운전 역할을 한다. 한국의 대리기사처럼 손님이 많을 때 기사도 늘어나는 구조다.
‘타다 금지법’으로도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으로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택시와 타다를 비롯한 모든 운송수단의 면허 총량을 정해놓고 이를 정부가 관리하는 게 핵심이다. 택시 면허의 자연 감소분을 감안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면허를 나눠주겠다는 얘기다. 물론 면허를 빌려주는 비용은 따로 물린다.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이 통과해 스타트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도 송년회의 밤에 벌어지는 ‘귀가 전쟁’은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면허 총량을 제한하면 목요일이나 금요일 밤처럼 수요가 몰리는 시점에 시장이 원하는 만큼의 운송 수단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택시와 신규 모빌리티 비즈니스를 함께 관리하면 소비자를 위한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가 나오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물론 혁신의 걸림돌로 비판받는 택시업계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정부의 보조를 받는다는 이유로 울며 겨자먹기로 부제 운행, 고정된 운임 요율 등을 수용해야 한다. 손님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일 밤 강남역으로 출동할 수도, ‘상암동 더블’을 외치는 손님에게 두 배 가격을 받을 수도 없다.
묘안을 찾아내기 어렵다면 시장에 맡겨버리는 게 대안일 수 있다. 우버를 금지했던 핀란드는 택시 면허가 있어야만 우버를 몰 수 있게 하는 대신 면허 총량 제한 등 모든 택시 관련 규제를 풀었다.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택시 운전사가 될 수 있게 해 모빌리티 서비스 공급난을 해결했다. 어느 플랫폼을 이용할지, 얼마나 일할지 등은 택시 기사가 알아서 판단한다. 모빌리티 정책이 꼬이는 진짜 이유는 ‘제도’와 ‘규제’로 시장을 이끌려는 정부의 욕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click@hankyung.com
사람들이 몰리는 목요일이나 금요일, 서울 강남역 또는 종각역 부근에서 모임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차를 선택하라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택시를 잡으려면 최소 30분 이상 소요되지만 대리운전기사는 5~10분 만에 나타나기 때문이란 논리다.
대리운전이 주당들의 ‘발’이 될 수 있는 건 수요에 비례해 공급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대리운전 비즈니스의 고유한 특성 덕분이다. 대리를 부르는 ‘콜’이 많아지면 집에서 쉬고 있던 기사들이 일제히 거리로 뛰어나온다. ‘보이지 않는 손’이 오늘 밤 영업에 나서는 대리기사의 숫자를 결정하는 셈이다.
‘한결같이 짧은 대기 시간’은 한국에서 대리운전 비즈니스가 번창한 배경이기도 하다. 산업연구원이 추산한 전국의 대리기사는 11만 명 안팎. 시장 규모도 연간 3조원에 달한다. 연간 5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택시시장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택시와 신규 모빌리티(운송수단)의 경쟁을 틈타 대리운전업계가 실리를 취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처럼 대리운전시장이 발달한 나라는 흔치 않다. 밤늦게까지 술을 먹는 나라가 많지 않아서기도 하지만 수요에 따라 공급이 늘어나는 대체재가 있다는 이유가 더 크다. 미국엔 자기 차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우버와 리프트가 대리운전 역할을 한다. 한국의 대리기사처럼 손님이 많을 때 기사도 늘어나는 구조다.
‘타다 금지법’으로도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으로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택시와 타다를 비롯한 모든 운송수단의 면허 총량을 정해놓고 이를 정부가 관리하는 게 핵심이다. 택시 면허의 자연 감소분을 감안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면허를 나눠주겠다는 얘기다. 물론 면허를 빌려주는 비용은 따로 물린다.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이 통과해 스타트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도 송년회의 밤에 벌어지는 ‘귀가 전쟁’은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면허 총량을 제한하면 목요일이나 금요일 밤처럼 수요가 몰리는 시점에 시장이 원하는 만큼의 운송 수단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택시와 신규 모빌리티 비즈니스를 함께 관리하면 소비자를 위한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가 나오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물론 혁신의 걸림돌로 비판받는 택시업계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정부의 보조를 받는다는 이유로 울며 겨자먹기로 부제 운행, 고정된 운임 요율 등을 수용해야 한다. 손님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일 밤 강남역으로 출동할 수도, ‘상암동 더블’을 외치는 손님에게 두 배 가격을 받을 수도 없다.
묘안을 찾아내기 어렵다면 시장에 맡겨버리는 게 대안일 수 있다. 우버를 금지했던 핀란드는 택시 면허가 있어야만 우버를 몰 수 있게 하는 대신 면허 총량 제한 등 모든 택시 관련 규제를 풀었다.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택시 운전사가 될 수 있게 해 모빌리티 서비스 공급난을 해결했다. 어느 플랫폼을 이용할지, 얼마나 일할지 등은 택시 기사가 알아서 판단한다. 모빌리티 정책이 꼬이는 진짜 이유는 ‘제도’와 ‘규제’로 시장을 이끌려는 정부의 욕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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