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썸레이에서 개발한 엑스레이 튜브는 팔뚝만한 크기의 기존 튜브보다 소형화돼 동전만 하다.   /어썸레이 제공
어썸레이에서 개발한 엑스레이 튜브는 팔뚝만한 크기의 기존 튜브보다 소형화돼 동전만 하다. /어썸레이 제공
막 나온 뜨거운 철강의 두께는 엑스레이로 잰다. 일반 장비가 열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엑스레이도 만능은 아니다. 측정 부품이 뜨거운 열기에 계속 노출되기 때문에 열을 막아줄 특수 소재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국내 철강 업체들은 이런 장치를 전량 일본에서 수입했다. 국산 대체재가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어썸레이(AweXome Ray)’는 역사가 100년이 넘는 일본의 소재 기술에 도전하는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CNT)로 엑스레이 부품을 만든다. 어썸레이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를 계기로 국내 철강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등록하고, 부품과 장비를 공급받고 있다.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는 “어썸레이는 직접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만드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라며 “내년에는 해외 진출, 2023년에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가 엑스레이 장비에 들어가는 탄소나노튜브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가 엑스레이 장비에 들어가는 탄소나노튜브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원천기술 보유한 ‘소부장’ 스타트업

어썸레이는 탄소나노튜브에서 섬유를 뽑아내는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만으로 구성된 나노미터(㎚) 크기의 튜브형 구조체다. 초경량·고강도에 전기 전도도가 좋고 유연하다. 항공우주, 자동차, 선박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물질이다. 현재 기술로 탄소나노튜브를 밀리미터(㎜) 이상 길이로 만들기 어려웠는데 어썸레이는 가공하기 쉬운 실 형태로 탄소나노튜브를 가공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의 간판 상품은 초소형 엑스레이 튜브다. 열을 잘 견디는 데서 한 발 나아가 크기까지 줄였다. 장비가 엑스레이를 뿜어내려면 높은 전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열이 발생해 냉각기가 필요하다. 튜브 크기가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 어썸레이는 전압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전기로 인한 열을 낮춰야 냉각기를 없앨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 대표는 “기존에 나온 고전압 엑스레이 튜브 중에서 가장 작은 건 팔뚝 크기 정도였다”며 “어썸레이의 엑스레이 튜브는 낮은 에너지로 전자를 발생시키는 탄소나노튜브 섬유 덕분에 냉각기가 필요 없어 500원 동전 정도로 크기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압을 조절하면 나오는 엑스레이의 파장도 달라진다”며 “하나의 튜브를 필요에 따라 열 개의 튜브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썸레이의 튜브로 철강 두께 측정은 물론 살균, 보안 검사 등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어썸레이는 엑스레이 튜브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장비인 공기청정기도 만들었다. 공기를 빨아들이는 부분에 약한 엑스레이를 쏘면 설치해둔 집진판에 먼지가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원리를 이용했다. 기존의 전기 집진 방식은 오존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지만 엑스레이 튜브가 들어간 공기청정기는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다. 내년에는 서울대병원과 차세대 의료기기 개발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어썸레이, '꿈의 소재' 탄소나노튜브로 소재 강국 일본에 도전
서울대 박사만 다섯 명

탄탄한 기술력의 바탕엔 서울대 재료공학 박사인 김 대표를 필두로 한 전문가 집단이 있다. 어썸레이는 나노소재를 전공한 다섯 명의 서울대 박사와 20년 이상 엑스레이 장비 제조 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팀이다. 시장 요구에 맞춰 빠르게 시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배경이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모처럼 등장한 소재 스타트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7월 회사를 설립한 직후 실시한 시드 라운드에서 7억원, 프리 시리즈A 라운드에서 15억원을 잇따라 유치했다. 첫 라운드엔 카카오벤처스와 서울대기술지주가, 두 번째 라운드엔 기존 투자사와 디캠프, 베이스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김 대표는 특허에도 신경 썼다. 그는 “탄소나노튜브 섬유 소재, 생산설비, 엑스레이튜브 등 국내 특허를 등록했고, 엑스레이 장비와 관련한 기술 두 가지도 추가 출원했다”며 “국제 특허도 출원 완료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어썸레이는 우선 기업 간 거래(B2B) 시장부터 공략할 예정이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에 필요한 대형 제품을 제작해 회사의 기틀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공기청정기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미세먼지 저감과 관련된 서울시 공모에 참여했고 경기 안양시 인덕원에 소재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조라인도 준비했다.

김 대표는 “미세먼지 문제에 골머리를 앓는 중국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며 “3년 내에 연매출 100억원을 기록하는 강소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