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은 이미 팔렸는데 이사갈 집 대출 막혀…오도가도 못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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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부동산 대책 - 시장 후폭풍
이사 위해 매매계약·대출절차 밟다가 '날벼락'
강남·마포 등으로 이사 가려는 사람 줄줄이 발목
이사 위해 매매계약·대출절차 밟다가 '날벼락'
강남·마포 등으로 이사 가려는 사람 줄줄이 발목
![17일부터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다. 규제 시행 첫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https://img.hankyung.com/photo/201912/AA.21233798.1.jpg)
재건축·재개발이 진행 중인 지역의 주민도 이주비를 마련할 길이 막혀버렸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은 이주비를 대출받아 건축 기간에 살 전셋집을 구한다. 세를 준 경우라면 이주비를 대출받아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내준다. 대출이 나오지 않으면 이사하거나 세입자를 내보낼 길이 없어 정비사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내 집은 이미 팔렸는데 이사갈 집 대출 막혀…오도가도 못할 판"](https://img.hankyung.com/photo/201912/AA.21235374.1.jpg)
A씨의 계획은 이번 ‘12·16 부동산 대책’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같은 동네 더 작은 집으로 옮겨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전용면적 114㎡는 대부분 시가 15억원이 넘는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면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비슷한 면적의 집에 이사가려 해도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에 걸려 돈을 준비하기 어려워졌다. 기존에 받아둔 주택담보대출에다 취득세·부동산 중개비용에 드는 5000만~6000만원까지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1월 말 잔금을 치르고 이사하기로 돼 있는데 그때까지 옮겨갈 집을 구하지 못하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15억원 이상인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들도 불만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금호동의 16억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C씨는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이달 초 부동산에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 C씨는 “당장 생활비가 부족해 아파트 매매대금으로 고향에 내려가 살려고 했다”며 “가격을 내려 팔려고 해도 9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강화돼 언제 팔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주비 없어 입주권 팔아야 할 판”
재개발·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현금 부자들만 정비사업에 투자하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미 서울 개포동 인근 부동산에는 입주권 포기 문의를 하는 조합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대출 없이 현금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산가들만 입주권을 사 모을 수 있는 구조가 됐다”며 “정책 취지와 달리 부동산을 활용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건축 조합장들은 시공사와 조합원 신용을 보강할 방법을 논의 중이다. 이주비 대출이 안 되는 만큼 조합원 개인이 최대한 신용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위헌 논란까지 불거져
해당 조치가 은행의 영업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도 있다. 한 금융 전문 변호사는 “LTV 제한은 은행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마련된 제도”라며 “은행 건전성에 문제가 없는데 단순히 개인의 대출을 제한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된다면 정부의 재량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법상 사건이 접수되면 6개월 내에 결정을 내리는 게 원칙이다. 이를 넘어가면 미제 사건으로 분류된다. 법조계에선 진보 성향의 재판관들이 들어선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박신영/윤아영/남정민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