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수리기사 직접 지휘·명령 행사…하부조직처럼 운영"
노동부 결론·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 판단 뒤집어…상급심 판단 주목
법원,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재판서 '불법파견' 인정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사건을 심리한 법원이 회사의 종전 고용 형태가 '불법파견'에 해당했다는 판단까지 내놓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7일 삼성전자서비스와 박상범 전 대표이사 등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이 혐의는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직접 관리하면서 명목상 도급계약으로 위장했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상당한 논쟁을 촉발한 중요 쟁점으로, 앞서 고용노동부와 관련 민사사건의 1심은 파견근로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며 "그러나 이후 새로 발견된 증거들에 의하면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수리기사는 근로자 파견관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것은 저희의 새로운 판단"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7년 서울중앙지법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기사 1천300여 명이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근로자 파견관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이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우선 삼성전자서비스의 전체 서비스 물량 중 협력업체가 처리하는 비중이 약 98%에 이르러, 사실상 협력업체의 일이 삼성전자서비스의 사업 그 자체라고 봤다.

또 위장도급 여부가 이슈가 되기 전까지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이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로고가 붙은 근무복을 입고 일했다고 지적했다.

또 수리기사들이 삼성전자서비스의 전산시스템을 통해 업무를 부여받고, 처리 결과도 이 시스템이 입력한 점도 근거로 삼았다.

협력업체 사장 중 70%가 삼성전자서비스 임직원 출신이란 점도 거론했다.

재판부는 "특정 회사 제품을 수리하는 업무 특성상 삼성전자서비스의 지휘·명령이 본질적으로 전제된 관계에서, 실제로 회사가 각종 지침 등을 통해 수리기사들에게 직접적으로 이를 행사했다"며 "협력업체는 사실상 삼성전자서비스의 하부 조직처럼 운영됐다"고 밝혔다.

이런 판단은 곧바로 삼성전자서비스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이번 사건 등을 거치며 수리기사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산업·노동계 곳곳에 파견노동자의 지위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는 만큼, 이 판단의 영향과 향후 상급심 결론이 주목받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