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감정 결과 '조작' 맞아"…검·경 갈등 심화 양상

'진범 논란'을 빚은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에 대해 직접 조사에 나선 검찰이 17일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과정에 '조작'이 아닌 '오류'가 있었을 뿐이라는 경찰의 공식 브리핑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춘재 8차 사건을 두고 양측이 갈등 조심을 보이는 가운데 이 사건 의혹의 핵심인 국과수 감정을 두고 신경전이 이어지며 검·경 갈등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검찰, 이춘재 8차사건 경찰 브리핑에 "사실과 달라" 반박
수원지검은 이날 오후 8차 사건의 재심청구인인 윤모(52) 씨를 범인으로 검거할 당시 증거로 사용된 국과수 감정서에 '오류'가 있다는 앞선 경찰의 발표 내용을 반박했다.

검찰은 "국과수 직원이 감정 과정에서 시료 분석 결괏값을 인위적으로 조합, 첨삭, 가공, 배제해 감정상 중요한 오류를 범했으나, 당시 감정에 사용된 체모가 바꿔치기 되는 등 조작한 것은 아니라는 경찰 발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간 입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감정자료, 국과수 감정서 등 제반 자료, 관련자 및 전문가에 대한 조사 결과를 종합해 이같이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8차 사건 국과수 감정서는 범죄 현장에서 수거한 것이 아닌 일반인 체모를 감정한 결과를 범죄 현장에서 수거한 체모에 대한 감정 결과인 것처럼 허위로 작성하고, 나아가 수치도 가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입장을 냈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어 11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통해,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에 대해 총 5회의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체모 등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기법)을 한 결과에 대해 상세히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 중 1차 분석을 제외한 2∼5차 분석에 쓰인 체모는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전 장비의 정확성을 측정하기 위한 표준(Standard) 시료일 뿐,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에 출석한 감정 전문가들은 윤 씨를 제외한 다른 모든 용의자에 대한 국과수 감정서에는 범죄 현장에서 수거한 체모 감정 결과를 기재했으나, 유독 윤 씨의 체모에 대한 감정서에만 엉뚱한 시료(표준 시료)를 범죄 현장에서 수거한 체모인 것처럼 감정서를 허위 작성해 조작했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국과수 감정서 조작 과정에 대해서는 재심의견서에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당시 국과수는 원자력연구원에 시료 분석을 맡기면서 모두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라고 밝혔다"면서 "원자력연구원 입장에서도 당초 분석 결과를 조작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맞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