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비리 이어 감찰 중단·선거 개입 의혹 동시다발 수사
법조계 일각, 연내 '가족비리 의혹' 기소 전망…"후속 사건 고려해 조율" 관측도
[결산2019] 조국 前장관 겨냥 '세갈래' 검찰 수사, 해 넘기나
정치권과 법조계는 올해 8월27일을 쉽게 잊지 못한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검찰 개혁을 이끌어갈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조국(54)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명한지 불과 18일 만에 그의 가족 관련 의혹을 놓고 검찰이 전국적인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선 날이었다.

야당을 중심으로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제기한 각종 의혹이 검찰의 강제수사 대상이 됐다.

가족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조 전 장관 가족이 운영한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 등이 모두 수사의 표적이었다.

서울대와 고려대, 단국대, 공주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을 비롯해 조 전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트 '블루코어밸류업1호'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사무실, 경남 창원의 웅동학원 재단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이른바 '조국 정국'을 일으키며 정치권을 뒤흔든 이 사건 수사가 전격적으로 착수된 이후 넉 달이 지났다.

조 전 장관의 가족들이 잇따라 재판에 넘겨졌지만 조 전 장관 본인의 사법처리 방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가족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청와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중단 의혹,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 관련 하명 수사 의혹으로 '본류'를 틀면서 갈수록 파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전 장관과 관련된 수사는 '세갈래'로 요약된다.

가족 비리 의혹과 관련된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지난 11일 조 전 장관을 세 번째로 불러 조사한 뒤 추가 소환 없이 연내 기소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자녀의 서울대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허위발급과 아내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의 사모펀드 불법투자 등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표면적으로는 '최대한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조 전 장관 사법처리 시점은 당초 예상보다 한참 늦어진 게 사실이다.

부인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이 후보자였던 지난 9월 6일 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처음 기소됐고, 11월 11일에는 딸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부당 운용 등과 관련된 14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사모펀드 비리에 관여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는 10월 3일에, 웅동학원 비리에 연루된 조 전 장관의 동생은 11월 18일에 각각 재판에 넘겨졌다.

이런 사정에다 부인인 정 교수가 구속 상태라는 점까지 고려해 조 전 장관이 11월에는 가족 비리 의혹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법조계에선 애초부터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올해가 다 가도록 사법처리 방향을 확정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검찰이 조 전 장관을 재판에 넘길 결정적 물증이나 진술을 얻지 못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에 조 전 장관이 연루된 의혹이 불거진 다른 사건들의 수사 상황을 고려하면서 기소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검찰은 가족 비리 의혹과 별개로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모두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불거진 사안이다.

조 전 장관과 관련된 수사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결산2019] 조국 前장관 겨냥 '세갈래' 검찰 수사, 해 넘기나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던 2017년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인지하고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의 회의를 통해 감찰을 중단시켰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3일 유 전 부시장을 재판에 넘기며 "(유 전 부시장의) 중대 비리 혐의 중 상당 부분은 대통령비서실 특별감찰반 감찰 과정에서 이미 확인되었거나 확인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적용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서울동부지검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지 닷새 만인 지난 16일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을 불러 감찰 중단 배경 등을 캐물었다.

조 전 장관은 가족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3차례에 걸쳐 소환 조사를 받을 때마다 줄곧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이틀 전 조사에서는 비교적 상세하게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추가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와 직결된 범죄인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조 전 장관의 신병처리 문제를 깊이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

가족 비리 의혹과는 다른 차원의 권력형 비리 의혹이라는 점에서다.

이밖에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에서 진행되는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 전 장관 연루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첩보를 받은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이 김기현 전 시장 관련 사건을 무리하게 수사해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다만 이 의혹은 수사 범위가 넓고 사건 관계자도 다수인만큼 수사가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수사가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총선을 앞두고 검찰의 정치개입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점,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 직후 큰 폭의 인사가 단행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검찰로서도 최대한 서둘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