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일반 세율로 과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가능
12·16 대책은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늘려 매각을 압박하면서 한편으로 퇴로를 열어줬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했다. 최고 62%의 중과세율을 6~42%의 일반세율로 낮췄다. 이 기간에 집을 팔라는 확실한 신호를 준 것이다. 높은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매물이 늘면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게 정부 계산이다.
세무 전문가들은 부담부증여를 활용하면 양도세를 크게 낮추면서 명의를 분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담부증여란 전세보증금이나 대출 등 채무를 끼고 증여하는 방식이다. 일반 증여와 달리 양도세가 발생하는 까닭에 그간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부담부증여를 할 때 증여 부분은 증여세를, 채무 부분은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그동안은 양도세가 10~20% 중과되는 까닭에 다주택자들이 부담부증여를 꺼렸다. 하지만 중과세율 적용이 유예된 까닭에 규제지역에서 세금을 아끼면서 배우자에게 넘기는 게 가능해졌다.
증여는 부부 사이에서 10년 동안 6억원까지 세금을 물지 않는다. 남편이 조정대상지역에서 과거 5억원에 매수한 아파트의 시세가 10억원까지 오른 상태에서 아내에게 증여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땐 증여가액과 공제액의 차액 4억원에 대해 20%의 세율로 증여세를 치른다. 차액이 클수록 세금 부담이 높아지다 보니 고가 아파트는 증여가 녹록지 않다.
부담부증여를 하면 증여분과 양도분을 따로 계산한다. 같은 사례에서 이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이 7억원(전세가율 70%)이라고 가정해 보자. 양도세를 계산할 때 남편의 취득가액은 3억5000만원(매수가 5억원의 70%)으로 간주한다. 전세가율을 반영해 산정한 금액이다. 전세보증금에서 이 금액을 뺀 3억5000만원에 대해 양도세를 매긴다. 12·16 대책 이전까진 중과세율이 적용돼 3주택자인 남편은 2억141만원의 양도세를 물어야 했다. 앞으론 정부의 한시적 유예 방침으로 일반세율을 적용받는다. 최고 3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있다. 증여세는 없다. 증여가액과 보증금의 차이는 3억원이지만 부부간 6억원 공제로 세금을 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세금은 9465만원으로 1억원 이상 줄어든다.
종전과 비교하면 세금을 크게 아낄 수 있어 부담부증여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세무업계의 관측이다. 정부 의도와 달리 시중에 매물이 급증할 여건이 아닌 상황인 것이다. 서울 강남 등 고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원종훈 국민은행 세무팀장은 “시세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부담부증여를 활용하면 증여세를 아낄 수 있다”며 “일반세율과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한 세금을 따져보고 의사결정을 한다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유세 절세에도 유리”
증여를 통해 명의를 나누면 내년에 내야 할 보유세도 줄어든다. 종합부동산세는 주택 수가 많고 가격이 높을수록 세율도 오르는 구조로 설계됐지만 부부더라도 따로 세금을 계산하는 인별 과세인 까닭이다. 부부가 6억원씩 공제를 받아 과세표준이 낮아지는 만큼 종부세 또한 크게 감소한다. 집을 팔 때도 유리하다. 취득가격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서다. 과거 얼마에 집을 샀는지와 관계없이 증여 5년 뒤엔 증여가액을 취득가액으로 간주한다. 장부상 양도차익을 줄일 수 있는 만큼 매각할 때 세금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증여를 계획하고 있다면 시기 조절도 중요하다. 시세를 확인하기 힘든 집의 경우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따지기 때문이다. 주택은 매년 4월 말 공시가격을 고시한다. 이 시기 전에 증여를 끝낸다면 전년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낸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증여해야 취득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취득세는 실거래가로 계산하는 게 원칙이지만 증여로 명의를 옮기는 경우엔 증여세를 시세로 계산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공시가격으로 계산할 수 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