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에이스’ 김광현(31)이 메이저리그 무대 진출에 성공했다. 그는 1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구단 입단 기자회견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고 주인공으로 참석했다.

앞서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의 데릭 굴드 기자를 포함한 현지 언론은 김광현의 계약 사실을 보도하면서 “세인트루이스가 김광현과 2년 800만달러(약 93억4000만원)에 계약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김광현은 성적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를 받는다. 이를 포함하면 총 계약 규모는 1000만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현은 한국에서 달던 등번호 29번 대신 33번을 배정 받았다. 김광현에게 숫자 3은 삼진을 의미한다. 그는 “무척 기대되고 떨린다”며 “2020년 시즌은 제게 정말 중요한 시즌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선발 투수를 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며 “팀에서 필요한 위치에서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월드시리즈를 11차례나 정복한 대표적인 명문 구단이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세인트루이스보다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가 많은 구단은 뉴욕 양키스(27회)가 유일하다. 내셔널리그 구단 중에선 월드시리즈 트로피가 가장 많다.

김광현은 2020시즌 세인트루이스에서 선발 경쟁을 할 예정이다. NBC스포츠는 “세인트루이스는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를 불펜에 두고 김광현에게 선발 한 자리를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잭 플래허티, 마일스 마이컬러스, 다코타 허드슨으로 이어지는 1~3선발이 있다. 모두 우완이다. 김광현은 남은 4, 5 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20대 초반부터 메이저리그 꿈을 꿔 온 김광현은 2014년 말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샌디에이고가 1년 100만달러를 제시해 협상이 결렬됐다. 5년 만에 다시 포스팅했고 꿈을 이뤘다.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계약을 한 건 류현진(2013년), 강정호(2015년), 박병호(2016년)에 이어 김광현이 네 번째다.

김광현은 2007년부터 올해까지 KBO리그에서 298경기에 나와 137승 77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2017년 왼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후 전성기 시절 구위를 되찾았고 2019년을 17승 6패 평균자책점 2.51로 마쳤다. 원소속구단 SK 와이번스가 미국 진출을 허락하면서 메이저리그 입성이 급물살을 탔다. 김광현은 “소속팀의 허락이 없었다면 여기에 올 수 없었다”고 SK구단에 고마움을 전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