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FCA·PSA 합작사 이끌게 된 카를로스 타바레스 푸조·시트로엥그룹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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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 입사해 32년간 르노맨
2인자 된 후 CEO에 '입바른 소리'하고 쫓겨나
1년 만에 경쟁사 PSA CEO로 화려한 컴백
이젠 글로벌 4위 車그룹 '운전대' 잡다
'레이스로 복귀하라' 기업회생 특명
과감한 실행력…취미마저 카레이싱
2인자 된 후 CEO에 '입바른 소리'하고 쫓겨나
1년 만에 경쟁사 PSA CEO로 화려한 컴백
이젠 글로벌 4위 車그룹 '운전대' 잡다
'레이스로 복귀하라' 기업회생 특명
과감한 실행력…취미마저 카레이싱
올 하반기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대형 합병 소식으로 들썩였다. 이탈리아·미국계 자동차 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그룹이 합친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 기업 가치와 판매량 기준으로 글로벌 4위 자동차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합병 법인의 시가총액은 500억달러(약 58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합병 법인의 사령탑에 PSA그룹 최고경영자(CEO)인 카를로스 타바레스가 앉게 된다는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동차 업계에 대한 타바레스의 열정과 그동안 그가 보여준 성과를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타바레스는 수년 동안 적자에 허덕이고 있던 PSA그룹을 탁월한 경영 전략을 통해 되살려놓은 주인공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는 스타 기업인이자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한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 기자인 존 맥엘로이는 “타바레스는 자동차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몇 안 되는 CEO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PSA 사령탑에 앉게 된 ‘르노맨’
타바레스는 원래 ‘르노맨’이었다. 1981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르노의 시험 운전 엔지니어로 입사해 32년간 근무했다. 초창기에는 엔지니어로 일했지만 1999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만들어지던 때를 전후해 경영으로 활동 분야를 넓혔다. 2005년 르노그룹 이사회에 합류한 그는 2009년 닛산의 미주 지역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2011년에는 르노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발탁되면서 카를로스 곤 당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을 이을 강력한 후계자로 부상했다.
그랬던 타바레스가 르노를 떠나게 된 건 곤 회장의 장기 집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곤 회장과 부딪히게 된 탓이었다. 타바레스는 2013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큰 자동차 기업을 이끌어보고 싶다”며 “하지만 아마 곤 회장은 오랫동안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발언이 곤 회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타바레스는 인터뷰를 한 지 2주 만에 르노를 떠나야 했다.
타바레스는 이후 이듬해인 2014년 PSA의 CEO로 발탁됐다. 당시 PSA 입장에서 경쟁사인 르노 출신 인사를 CEO로 기용한 것은 모험이었다. PSA는 수년간 이어진 실적 부진으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프랑스 정부가 PSA에 구제금융을 제공했다가 독일 정부로부터 항의를 받는 사태까지 나타나고 있었다.
기업회생 비결은 ‘선택과 집중’
타바레스는 PSA CEO로 부임한 뒤 기업 재건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당시 그가 PSA를 부활시키기 위해 추진했던 프로젝트 이름인 ‘레이스로 복귀(Back in the Race)’는 지금도 타바레스를 언급할 때 회자되곤 하는 문구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처음 발표하면서 향후 10년간 PSA가 나아가야 할 길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타바레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했다. 비인기 차종은 과감하게 없애고 취급하는 자동차 플랫폼도 두 개로 줄였다. 대신 인기 차종에 역량을 집중했다. 아울러 마케팅 역량을 강화해 브랜드별 차별화를 꾀했다. 제조단에서는 효율화 전략을, 판매단에서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PSA 자동차 브랜드들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한 것이다.
타바레스의 노력은 빠르게 성과를 나타냈다. 2012년 손실액이 50억유로(약 6조5000억원)에 달했던 PSA는 타바레스 부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매년 영업이익률을 높여나가고 있다. PSA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8.7%였다. 세계 자동차 판매가 5% 이상 감소하고 자동차 업체 대부분이 뒷걸음질했던 시기에 돋보이는 실적이었다. 한때 ‘자동차 업계의 병자’로 불리던 기업인 PSA가 그의 손을 거쳐 업계 선두 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말보다는 실행력이 중요”
타바레스는 평소 실행력을 강조하는 CEO로 유명하다. 올 4월 그는 언론과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한 번에 크게 투자하기보다는 규모에 맞춰 차근차근 접근하는 전략을 선택할 것이다. 적절한 기술과 서비스로 시장이 원하는 적합한 제품을 내놓으면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다.”
말보다 행동을 중요시하는 그의 철학은 레이스카 운전이라는 취미에서도 잘 드러난다. 타바레스는 22세 때부터 아마추어 레이스카 드라이버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주말마다 레이스 서킷을 찾아 직접 자동차 운전을 한다. 세계적인 레이스 대회에 여러 차례 출전한 이력도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PSA와 FCA의 합병회사를 맡은 뒤에도 타바레스가 특유의 실행력을 발휘해 회사를 빠르게 성장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가 이번에도 PSA를 처음 맡았을 때와 비슷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이질적인 두 회사의 구성원들을 잘 설득하는 것이 타바레스가 안게 될 첫 번째 과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합병 법인의 사령탑에 PSA그룹 최고경영자(CEO)인 카를로스 타바레스가 앉게 된다는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동차 업계에 대한 타바레스의 열정과 그동안 그가 보여준 성과를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타바레스는 수년 동안 적자에 허덕이고 있던 PSA그룹을 탁월한 경영 전략을 통해 되살려놓은 주인공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는 스타 기업인이자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한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 기자인 존 맥엘로이는 “타바레스는 자동차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몇 안 되는 CEO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PSA 사령탑에 앉게 된 ‘르노맨’
타바레스는 원래 ‘르노맨’이었다. 1981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르노의 시험 운전 엔지니어로 입사해 32년간 근무했다. 초창기에는 엔지니어로 일했지만 1999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만들어지던 때를 전후해 경영으로 활동 분야를 넓혔다. 2005년 르노그룹 이사회에 합류한 그는 2009년 닛산의 미주 지역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2011년에는 르노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발탁되면서 카를로스 곤 당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을 이을 강력한 후계자로 부상했다.
그랬던 타바레스가 르노를 떠나게 된 건 곤 회장의 장기 집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곤 회장과 부딪히게 된 탓이었다. 타바레스는 2013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큰 자동차 기업을 이끌어보고 싶다”며 “하지만 아마 곤 회장은 오랫동안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발언이 곤 회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타바레스는 인터뷰를 한 지 2주 만에 르노를 떠나야 했다.
타바레스는 이후 이듬해인 2014년 PSA의 CEO로 발탁됐다. 당시 PSA 입장에서 경쟁사인 르노 출신 인사를 CEO로 기용한 것은 모험이었다. PSA는 수년간 이어진 실적 부진으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프랑스 정부가 PSA에 구제금융을 제공했다가 독일 정부로부터 항의를 받는 사태까지 나타나고 있었다.
기업회생 비결은 ‘선택과 집중’
타바레스는 PSA CEO로 부임한 뒤 기업 재건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당시 그가 PSA를 부활시키기 위해 추진했던 프로젝트 이름인 ‘레이스로 복귀(Back in the Race)’는 지금도 타바레스를 언급할 때 회자되곤 하는 문구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처음 발표하면서 향후 10년간 PSA가 나아가야 할 길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타바레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했다. 비인기 차종은 과감하게 없애고 취급하는 자동차 플랫폼도 두 개로 줄였다. 대신 인기 차종에 역량을 집중했다. 아울러 마케팅 역량을 강화해 브랜드별 차별화를 꾀했다. 제조단에서는 효율화 전략을, 판매단에서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PSA 자동차 브랜드들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한 것이다.
타바레스의 노력은 빠르게 성과를 나타냈다. 2012년 손실액이 50억유로(약 6조5000억원)에 달했던 PSA는 타바레스 부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매년 영업이익률을 높여나가고 있다. PSA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8.7%였다. 세계 자동차 판매가 5% 이상 감소하고 자동차 업체 대부분이 뒷걸음질했던 시기에 돋보이는 실적이었다. 한때 ‘자동차 업계의 병자’로 불리던 기업인 PSA가 그의 손을 거쳐 업계 선두 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말보다는 실행력이 중요”
타바레스는 평소 실행력을 강조하는 CEO로 유명하다. 올 4월 그는 언론과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한 번에 크게 투자하기보다는 규모에 맞춰 차근차근 접근하는 전략을 선택할 것이다. 적절한 기술과 서비스로 시장이 원하는 적합한 제품을 내놓으면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다.”
말보다 행동을 중요시하는 그의 철학은 레이스카 운전이라는 취미에서도 잘 드러난다. 타바레스는 22세 때부터 아마추어 레이스카 드라이버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주말마다 레이스 서킷을 찾아 직접 자동차 운전을 한다. 세계적인 레이스 대회에 여러 차례 출전한 이력도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PSA와 FCA의 합병회사를 맡은 뒤에도 타바레스가 특유의 실행력을 발휘해 회사를 빠르게 성장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가 이번에도 PSA를 처음 맡았을 때와 비슷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이질적인 두 회사의 구성원들을 잘 설득하는 것이 타바레스가 안게 될 첫 번째 과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