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을 확대하기로 한 것을 두고 실수요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규제지역 3억원 이상 주택에다 비규제지역 6억원 초과 주택까지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하면서다.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하려고 한 ‘주택거래허가제’가 사실상 부활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에서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하는 대상을 투기과열지구 3억원 이상 주택에서 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주택으로 확대했다. 앞으로 규제지역에서 3억원 넘는 주택을 거래할 때는 조달계획서를 의무 제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규제지역은 서울 25개 구와 과천 광명 등 경기, 부산 등 39곳이다. 비규제지역에서도 6억원 넘는 주택은 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 계획서에는 증여·상속 여부와 현금 내역 등의 정보를 담아야 한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9억원 넘는 주택을 매입한 뒤 실거래 신고를 할 때 현금·금융회사 예금액, 전세계약서 등 개인 정보를 함께 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제출 자료에 이상 거래가 발견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국세청 등 관계기관에 통보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라고 지적했다. 주택거래허가제는 정부 허가를 받아야만 매매를 성사할 수 있는 제도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하려다 위헌 논란에 부딪혀 폐지됐다. 김예림 법무법인 스마트로 변호사는 “자금조달계획서를 통해 주택 거래에 대한 감시 감독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주택거래허가제와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매수를 고민하는 실수요자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직장인 A씨는 “아파트를 사는데 자금조달 내역뿐 아니라 소득증명원과 은행 잔액 내역까지 제출해야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양길성/남정민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