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21년 만에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 씨가 재판에서 “자수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윤종석)가 진행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위한 심문 기일에서 정씨는 이같이 주장했다. 재판부가 “지난 6월 체포되지 않았다면 해외 도피를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었느냐”고 묻자 정씨는 “도피 당시 아버지와 형이 구속되고 혼자 감당하기 벅찬 상황에서 충동적으로 도피한 것”이라며 “아버지의 유지도 한국에 돌아가 자수하라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의 자금 약 322억원을 횡령해 스위스 비밀 계좌로 빼돌린 혐의와 국세 253억원을 체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검찰 조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주했다가 6월 파나마 이민청에 체포돼 국내로 송환됐다. 정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1일 에콰도르에서 숨졌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