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北의 '현대판 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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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북동쪽으로 3500㎞ 떨어진 러시아의 변방 캄차카 반도. 한겨울 기온이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이 혹한의 땅에 북한 벌목공들의 뼈가 묻혀 있다. 이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며 노예처럼 일하다 차가운 동토(凍土) 위에 쓰러졌다. 전염병과 기아로 벌목꾼 300여 명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이들의 비극적인 사연은 2017년 정수웅 감독의 다큐멘터리 ‘고향이 어디세요’를 통해 비로소 알려졌다.
지금도 ‘외화벌이’에 내몰린 북한 노동자가 10만 명을 웃돈다. 이들 중 5만여 명이 중국, 3만여 명이 러시아에 있다. 2017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로 유엔이 ‘해외 노동자 송환 명령’을 내렸지만 중국은 이행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도 흑해 연안 자치공화국인 압하지야에 북한 노동자를 보내는 등의 ‘꼼수’를 부리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관광비자와 단기체류비자로 북한 노동자들을 교대시키며 대북 제재를 피하고 있다. 지난해 말 7000명이던 중국 훈춘의 북한 노동자 수는 최근 1만3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의 체류가 음성화되면서 노동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다. 1주일에 한 번 허용됐던 외출이 전면 금지되고, 큰 부상을 당해도 병원에 갈 수 없다. 평균 2000위안(약 33만원)인 월급에서 절반을 당에 납부하고, 중간관리자에게 운영비까지 뜯기고 난 뒤 손에 쥐는 금액은 600위안(약 10만원)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은 더 열악하다. 세네갈에서는 월급 100달러(약 11만6000원)만 받으면서 외부와 격리된 채 생활하는 북한 일꾼이 많다. 이들을 관리하는 ‘만수대 해외 프로젝트그룹(MOP)’은 유엔 제재를 피해 이름만 바꾸고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중동 최대 언론인 알자지라 방송은 쿠웨이트 건설현장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월급의 대부분이 평양으로 송금된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들을 ‘현대판 노예’라고 표현했다. 북한은 이들이 벌어들이는 연간 5억달러(약 6000억원)를 핵과 미사일 개발에 유용하고 있다.
유엔총회는 어제 북한의 인권 침해와 노동 착취를 규탄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2005년 이후 15번째 결의안이다. 그러나 북한은 “정치적 조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 사이에 지구촌 곳곳에서 날품팔이로 연명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한숨 소리는 높아지고만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지금도 ‘외화벌이’에 내몰린 북한 노동자가 10만 명을 웃돈다. 이들 중 5만여 명이 중국, 3만여 명이 러시아에 있다. 2017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로 유엔이 ‘해외 노동자 송환 명령’을 내렸지만 중국은 이행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도 흑해 연안 자치공화국인 압하지야에 북한 노동자를 보내는 등의 ‘꼼수’를 부리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관광비자와 단기체류비자로 북한 노동자들을 교대시키며 대북 제재를 피하고 있다. 지난해 말 7000명이던 중국 훈춘의 북한 노동자 수는 최근 1만3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의 체류가 음성화되면서 노동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다. 1주일에 한 번 허용됐던 외출이 전면 금지되고, 큰 부상을 당해도 병원에 갈 수 없다. 평균 2000위안(약 33만원)인 월급에서 절반을 당에 납부하고, 중간관리자에게 운영비까지 뜯기고 난 뒤 손에 쥐는 금액은 600위안(약 10만원)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은 더 열악하다. 세네갈에서는 월급 100달러(약 11만6000원)만 받으면서 외부와 격리된 채 생활하는 북한 일꾼이 많다. 이들을 관리하는 ‘만수대 해외 프로젝트그룹(MOP)’은 유엔 제재를 피해 이름만 바꾸고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중동 최대 언론인 알자지라 방송은 쿠웨이트 건설현장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월급의 대부분이 평양으로 송금된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들을 ‘현대판 노예’라고 표현했다. 북한은 이들이 벌어들이는 연간 5억달러(약 6000억원)를 핵과 미사일 개발에 유용하고 있다.
유엔총회는 어제 북한의 인권 침해와 노동 착취를 규탄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2005년 이후 15번째 결의안이다. 그러나 북한은 “정치적 조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 사이에 지구촌 곳곳에서 날품팔이로 연명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한숨 소리는 높아지고만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