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간담회에 韓반박 브리핑…'방위비 기싸움' 한달만에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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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수용가능 범위 기준은 기존 SMA 틀"…'대비태세' 항목 추가 美요구 거부
방위비분담 범위놓고 이견…美 "한국방어 비용"·韓 "주한미군 주둔비만" 정은보 방위비분담금협상 대사가 19일 브리핑을 자처해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연내 타결되지 못한 데 대한 한국 입장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제임스 드하트 미국 협상대표가 전날 기자간담회를 자청, 미국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자 반박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열린 3차 회의에서 드하트 대표가 협상 80분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와 회견을 하자 정은보 대표도 브리핑을 통해 맞대응하는 장면이 꼭 한 달 만에 재현된 것이다.
양국 대표의 설명을 통해 그간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던 이견의 핵심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한국은 SMA를 주한미군 주둔비에 대한 분담금으로 보지만, 미국은 한국 방위에 대한 분담금으로 보고 있다는 게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는 평가다.
양측의 입장은 지금까지 SMA에 포함되지 않았던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역외 훈련비용, 장비 및 이동 비용 등 해외주둔 미군의 비용을 한국이 분담할지에서 가장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드하트 대표는 전날 "(이런 항목들이) 한국 방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며 "일부 비용이 기술적으로는 한반도를 벗어난 곳에서 발생하더라도 분담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방어를 위한 미국의 전체 비용을 포괄할 수 있도록 SMA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기존 SMA에서 다루는 ▲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임금과 ▲ 미군기지 내 건설비, ▲ 군수 지원비 등 3가지 항목에 새로 추가된 사항들을 '대비태세(Readiness)'라는 항목을 신설해 분담하자는 것이다.
한국은 이런 미국의 요구를 이날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은보 대사는 브리핑에서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해선 방위비 경비 분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정 대사의 논리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SOFA 5조 1항은 한국이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미국에 제공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예외를 둬 미군 주둔국이 일부 경비를 분담하도록 하자는 게 SMA다.
어디까지나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의 유지 비용 일부를 한국이 부담한다는 게 SMA의 취지이니, 해외 주둔 미군의 비용은 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도 이를 잘 알고 있어 기존 SMA의 틀을 바꾸자는 것이지만, 한국은 수용 불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은보 대사는 "원칙적으로 기존 SMA 협상의 틀, 28년간 유지돼 온 SMA의 틀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견지하고 있다", "현행 SMA 틀 내에서 공평하고 합리적인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 "수용 가능한 범위의 기준점은 바로 기존의 SMA 틀"이라는 등 'SMA 틀 내에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브리핑 내내 반복했다. 이처럼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그때보다는 분위기가 부드럽고 협상에도 조금씩 진전이 있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전날 보도자료에서 "여러 사안에 대한 입장 차이 속에서도 많은 논의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 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최초에 내놓은 50억 달러에 육박한 요구액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드하트 대표는 "우리는 (요구액을) 조정해 왔고 절충해 왔다"면서 '50억 달러'는 "현재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숫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미는 내년 1월 미국에서 6차 회의를 갖고 논의를 이어간다.
그런데도 양측은 기본 원칙에서는 전혀 물러서지 않고 있어 새해에 다시 협상하더라도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이견이 SMA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차에서 기인한 터라 협상을 통해 조율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결국 정상급이나 외교장관급에서 정치적 담판을 통해서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말이 벌써 나오는 이유다.
정부 당국자는 "협상팀 차원에서 '더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선다면, 보다 고위급이 나서야겠지만 현재로선 그런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설사 양국 정상이 타협하더라도 국회가 납득하지 못한다면 비준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차 SMA 협정의 유효기간이 올해 말로 유효기간을 다해 내년 1월1일부터는 협정 공백 상태지만 당장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새 협정이 타결되기 전까지는 미국이 자체 예산으로 일단 집행하기 때문이다.
다만 협상이 계속 늘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주한미군은 3월 말까지 협정이 발효되지 않으면 4월부터는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없어 이들의 무급휴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드하트 대표는 전날 이와 관련해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으며 협상에서 실제로 제기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ng cc) '미군 철수론'까지 꺼내든 미국의 방위비 과잉청구
한편 '반환 주한미군 기지의 오염정화 비용 우선 부담'이나 호르무즈 해협 연합 방위 기여 검토 등 방위비 분담금 외에 한국이 동맹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은 협상에서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이 사안들을 협상에서 언급하지 않았고, 미국도 SMA 협상과 별개의 사안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드하트 대표는 전날 두 사안이 논의과정에서 언급되지 않았다며 "SMA 밖에서 이런 이슈들을 다룰 별도의 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방위비분담 범위놓고 이견…美 "한국방어 비용"·韓 "주한미군 주둔비만" 정은보 방위비분담금협상 대사가 19일 브리핑을 자처해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연내 타결되지 못한 데 대한 한국 입장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제임스 드하트 미국 협상대표가 전날 기자간담회를 자청, 미국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자 반박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열린 3차 회의에서 드하트 대표가 협상 80분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와 회견을 하자 정은보 대표도 브리핑을 통해 맞대응하는 장면이 꼭 한 달 만에 재현된 것이다.
양국 대표의 설명을 통해 그간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던 이견의 핵심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한국은 SMA를 주한미군 주둔비에 대한 분담금으로 보지만, 미국은 한국 방위에 대한 분담금으로 보고 있다는 게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는 평가다.
양측의 입장은 지금까지 SMA에 포함되지 않았던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역외 훈련비용, 장비 및 이동 비용 등 해외주둔 미군의 비용을 한국이 분담할지에서 가장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드하트 대표는 전날 "(이런 항목들이) 한국 방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며 "일부 비용이 기술적으로는 한반도를 벗어난 곳에서 발생하더라도 분담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방어를 위한 미국의 전체 비용을 포괄할 수 있도록 SMA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기존 SMA에서 다루는 ▲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임금과 ▲ 미군기지 내 건설비, ▲ 군수 지원비 등 3가지 항목에 새로 추가된 사항들을 '대비태세(Readiness)'라는 항목을 신설해 분담하자는 것이다.
한국은 이런 미국의 요구를 이날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은보 대사는 브리핑에서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해선 방위비 경비 분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정 대사의 논리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SOFA 5조 1항은 한국이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미국에 제공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예외를 둬 미군 주둔국이 일부 경비를 분담하도록 하자는 게 SMA다.
어디까지나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의 유지 비용 일부를 한국이 부담한다는 게 SMA의 취지이니, 해외 주둔 미군의 비용은 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도 이를 잘 알고 있어 기존 SMA의 틀을 바꾸자는 것이지만, 한국은 수용 불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은보 대사는 "원칙적으로 기존 SMA 협상의 틀, 28년간 유지돼 온 SMA의 틀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견지하고 있다", "현행 SMA 틀 내에서 공평하고 합리적인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 "수용 가능한 범위의 기준점은 바로 기존의 SMA 틀"이라는 등 'SMA 틀 내에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브리핑 내내 반복했다. 이처럼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그때보다는 분위기가 부드럽고 협상에도 조금씩 진전이 있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전날 보도자료에서 "여러 사안에 대한 입장 차이 속에서도 많은 논의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 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최초에 내놓은 50억 달러에 육박한 요구액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드하트 대표는 "우리는 (요구액을) 조정해 왔고 절충해 왔다"면서 '50억 달러'는 "현재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숫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미는 내년 1월 미국에서 6차 회의를 갖고 논의를 이어간다.
그런데도 양측은 기본 원칙에서는 전혀 물러서지 않고 있어 새해에 다시 협상하더라도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이견이 SMA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차에서 기인한 터라 협상을 통해 조율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결국 정상급이나 외교장관급에서 정치적 담판을 통해서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말이 벌써 나오는 이유다.
정부 당국자는 "협상팀 차원에서 '더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선다면, 보다 고위급이 나서야겠지만 현재로선 그런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설사 양국 정상이 타협하더라도 국회가 납득하지 못한다면 비준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차 SMA 협정의 유효기간이 올해 말로 유효기간을 다해 내년 1월1일부터는 협정 공백 상태지만 당장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새 협정이 타결되기 전까지는 미국이 자체 예산으로 일단 집행하기 때문이다.
다만 협상이 계속 늘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주한미군은 3월 말까지 협정이 발효되지 않으면 4월부터는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없어 이들의 무급휴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드하트 대표는 전날 이와 관련해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으며 협상에서 실제로 제기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ng cc) '미군 철수론'까지 꺼내든 미국의 방위비 과잉청구
한편 '반환 주한미군 기지의 오염정화 비용 우선 부담'이나 호르무즈 해협 연합 방위 기여 검토 등 방위비 분담금 외에 한국이 동맹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은 협상에서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이 사안들을 협상에서 언급하지 않았고, 미국도 SMA 협상과 별개의 사안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드하트 대표는 전날 두 사안이 논의과정에서 언급되지 않았다며 "SMA 밖에서 이런 이슈들을 다룰 별도의 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