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변경 불허' 송인권 판사 고발 (사진=연합뉴스)
'공소장 변경 불허' 송인권 판사 고발 (사진=연합뉴스)
"검사의 의견은 듣지도 않으시면서 변호인에게는 실물화상기를 띄워서 이야기하라고 합니다. 지금 전대미문의 재판을 하고 계십니다."

"앉아달라, 제가 몇번 애기했어요. 앉으세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검찰과 재판부가 서로 고성까지 주고받으며 파행으로 치달았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사건 및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지난 10일 송 부장판사가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사문서위조죄)와 관련해 검찰의 공소장 변경 요청을 불허한 것, 송 부장판사가 지난 10일 재판에서 검사 퇴정을 언급하고 정 교수의 보석 가능성을 언급하며 재판 결과의 예단을 드러낸 것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려 했다.

이에 재판부는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재판부의 예단이나 중립성을 지적한 부분은, 그런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계기로 재판부 중립에 대해 되돌아보겠다"고 말했다.

송 부장판사는 수용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지만 검사의 발언권은 허가하지 않았다.

직접 공판에 출석한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은 "저희에게 직접 의견 진술을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돌아보겠다고 말했고, 공판조서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자리에 앉으라"고 제지했다.

이에 3명의 검사가 번갈아 자리에서 일어나 "의견 진술 기회를 왜 주지 않느냐"고 항의하고, 재판부는 "앉으라"고 반복해 지시하는 상황이 10분 가까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송인권 부장판사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고형곤 부장검사가 "진심으로 (의견 진술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재판부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강백신 부부장검사가 "이 소송 지휘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하자, 다시 재판부는 말을 끊으며 "기각하겠다"고 했다.

"무슨 내용의 이의인지도 듣지 않느냐"는 항의에도 재판부는 "앉으라"고 했다.

이후로도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수시로 검찰이 이의를 제기하고, 재판부가 이를 끊는 상황이 이어졌다.

한 검사는 "검찰에는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하게 하시고, 변호사에게는 의견서를 실물 화상기에 띄워 직접 어느 부분이냐고 묻는다"며 "전대미문의 재판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재판부를 비판했다.

강백신 부부장검사도 "변호인이 말할 때는 하지 않은 이야기까지 하라고 하고, 검사가 말할 때는 중간에 말을 끊으신다"며 "의견을 끝까지 듣고 답하는 방식으로 소송 지휘를 해달라"고 했다.

이날 공판에서 벌어진 이례적인 검찰과 재판부의 갈등은 끝내 검찰과 변호인간의 대립으로 이어졌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법에 따라 이의 제기는 가능하지만, 이에 앞서 재판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고, 재판부가 설정한 의제에 따르는 것이 기본"이라며 "검사 모두가 오늘 재판장이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음에도 일방적으로 발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30년간 재판을 해 봤지만 오늘 같은 재판 진행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고형곤 부장검사가 "지금 변호인은 소송 수행과 관련해 발언 기회를 얻었지, 저희를 비난할 기회를 얻은 것이 아니다"라며 "저희도 재판장이 이렇게 검찰 의견을 받아주지 않는 재판을 본 적이 없다"고 맞받았다.

고형곤 부장검사는 재판을 마무리하며 "신속·공정한 재판을 원하는 마음에서 낸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부분은 안타깝다"며 "재판 진행이 원활하지 않은 부분에 저희도 책임을 통감하고, 앞으로는 불필요한 잡음이나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모펀드 관련 혐의와 입시부정 혐의 중 입시부정 혐의를 먼저 심리하자고 건의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내년 1월9일 오전 10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