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제주항공의 재무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이스타항공이 완전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신주 인수를 통한 정상화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 투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부담"…증권사 투자의견 '매수' 대신 '보유'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 외 2인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51.1%를 695억원에 인수한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이스타항공이 앞으로 발행할 신주도 사들일 계획이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인수 발표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만큼 신주 발행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의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은 484.4%, 자본잠식률은 47.9%에 달했다. 올해 일본 여행객 감소 등 업황 부진과 보잉 737-MAX 운항 중단에 따른 손실로 이스타항공 결손금 규모는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700억원 규모의 자본결손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할 때 제주항공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타항공 자본금 486억원을 넘어서는 약 1000억원 규모의 신주 취득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수 결정 발표 후 상당수 증권사는 제주항공의 투자의견을 ‘보유’로 유지했다.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유진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이다. 기관투자가의 매도세가 커지면서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제주항공은 1050원(3.79%) 떨어진 2만6650원에 장을 마쳤다.

일각에선 인수합병(M&A)을 계기로 저비용항공(LCC)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제주항공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실적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제주항공의 ‘몸집’ 키우기가 긍정적이란 분석도 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인수 후 두 회사의 합산 단거리 국제 여객시장 점유율은 15% 수준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