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집값이 계속 오르는 심리학적 이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누군가 더 비싼 가격에 사줄 거라 믿고
최근 오름세 중시 경향·군중심리도 한몫
정책 빈도는 줄이되 강도·타이밍 맞춰야
곽금주 < 서울대 교수·심리학 >
최근 오름세 중시 경향·군중심리도 한몫
정책 빈도는 줄이되 강도·타이밍 맞춰야
곽금주 < 서울대 교수·심리학 >
![[전문가 포럼] 집값이 계속 오르는 심리학적 이유](https://img.hankyung.com/photo/201912/07.17981902.1.jpg)
대부분의 버블(bubble), 즉 가격거품이 그렇듯이 부동산 가격 폭등도 경제적인 원인 못지않게 심리적 요인이 크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버블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효율적 시장가설 지지자를 제외하곤 대부분 버블의 존재는 어느 정도 인정한다. 버블의 원인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합리적 버블과 비합리적 버블 이론으로 분류된다. 이론적으로는 합리적 버블이 형성될 수 있지만 ‘투자자의 비합리성’으로 인한 버블 형성 가능성이 더 크다.
다음으로 ‘후방거울효과(the rearview mirror bias)’를 들 수 있다.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과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거시경제 요인이나 금융시장 환경 등 여러 내재적 요인에 따라 부동산의 적정가치가 얼마인지 판단하기보다 과거 추세만 보고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과거가 아니라 바로 직전, 즉 최근 추세에 집착해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워런 버핏이 개인 투자자들의 이런 경향을 비판해 유명해졌다.
세 번째는 ‘군중심리효과(follow the crowd syndrome)’로 모든 사람이 부동산으로 큰돈을 번다고 하는데 ‘나만 소외돼 있나’라는 불안감으로 투기에 동참하려는 것이다. 또 인간이 지닌 ‘후회회피성향’으로 인해 현재 부동산 가격이 높더라도 추후 가격이 더 오른다면 후회하게 될 것이 두려워 추격 매수하려는 심리가 생길 수 있다.
또 정책을 제시할 때 그 빈도와 타이밍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정부가 열여덟 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투기심리를 억제하는 데 실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책을 발표하고 시장 반응을 살펴본 뒤 다시 가격이 오르면 또 다른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아 그렇게 정책을 펴도 또 오르는구나’라는 투기심리만 조장했을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작년 9·13 대책 이후 가격이 소강상태로 20주 이상 하락한 올 5월이나 6월쯤이 고강도 정책을 발표해 투기심리를 완전히 잠재울 적기였지 싶다. 항생제 남용에 따라 항생제 내성균인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했듯 정책도 자꾸 반복되면 투기심리에 내성이 생기게 된다. 결국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정책의 빈도는 줄이되 강도를 높이고, 특히 타이밍을 잘 맞춰야 정책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