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육군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MSG팀 박한울 대위(오른쪽 두 번째)와 팀원들. MSG팀은 지퍼와 칸막이를 활용한 새로운 군장을 선보였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제2회 육군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MSG팀 박한울 대위(오른쪽 두 번째)와 팀원들. MSG팀은 지퍼와 칸막이를 활용한 새로운 군장을 선보였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대한민국 육군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주관한 ‘제2회 2019 육군 창업경진대회’가 18~19일 서울 정릉동 국민대에서 열렸다. 한국마사회와 LG생활건강이 행사를 후원했다. 지난 8월 첫 대회 이후 4개월 만에 열린 이번 행사에는 35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은 25개 본선 진출팀이 톡톡 튀는 창업 아이템을 뽐냈다.

육군은 매년 대회 규모를 키워 창업을 꿈꾸는 장병들에게 기회의 문을 넓혀줄 방침이다. 육군 창업경진대회가 규모·질적 측면에서 우리 군의 대표적인 창업 공모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가 정신+전투력’ 무장

지난달 치러진 예선전에는 876개 팀 2504명의 장병이 지원했다. 1회 대회 때와 비교해 참가팀이 319개 늘어났다. 여운태 육군 인사참모부장(소장)은 “1회 대회 이후 홍보가 이뤄지면서 각 부대에 창업동아리 결성이 증가해 장병들의 참가 신청이 늘었다”며 “일과시간 이후 장병들이 자기계발과 미래 설계를 하는 생산적인 복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대 내 취업·창업 동아리가 활성화되고, 군이 창업경진대회 등을 통해 장병들을 적극 지원하면서 군 생활에 대한 장병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탄피받이 관련 아이디어를 발표한 이동섭 201특공여단 상병은 “창업 아이템을 찾게 되면서 방과 후 시간뿐만 아니라 일과시간까지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시간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경중 육군 인사기획근무차장(준장)은 “취업·창업 동아리 활동과 경진대회 참여가 장병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어 군생활이 수동적에서 능동적으로 바뀌면서 전투력까지 상승하고 있다”며 “이번에 참여한 인원 중 전투프로의 비율은 전군 평균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전투프로란 체력단련 전 종목 1급 이상, 1등 사수, 전투기량 80% 이상을 기록한 장병을 말한다.

육군은 각 부대 취업·창업 동아리 활동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원 규모는 작년에 8기계화보병사단을 비롯한 7개 부대를 시범 부대로 시작해 올해 2월부터는 24개 사·여단으로 늘어났다. 내년에는 육군 전체 부대로 확대된다.

“창업 자신감 얻어”

이번 대회 대상은 지상작전사령부 1군단 2기갑여단 121기갑보병대대 MSG팀에 돌아갔다. 이들이 내놓은 아이템 ‘개선군장’은 군장을 간편화한 아이디어다. 군장 여러 부위에 지퍼를 달고 군장 안에 칸막이를 만들어 내용물을 넣고 빼기 쉽게 했다. 아웃도어 배낭과는 달리 군인들이 군용 물품들을 넣어 운반하기 편한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특징이다. 군장 이용에 드는 시간이 60% 단축되고 원가 역시 현 군납품의 절반 이하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MSG팀 리더인 박한울 대위는 “육군의 첨단과학기술군 구현 과제를 준비하면서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됐다”며 “시제품까지 제작한 팀은 유일했고 바로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 팀원들과 사업화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회를 준비하고 창업 전문가들로부터 멘토링을 받는 과정에서 막연하던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실무적인 지식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이수형 5군단 본부근무대 상병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고속도로 순찰대 등을 직접 찾아가 애로사항과 관련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사업 아이템으로 구체화했다”며 “운전병을 하면서 느꼈던 불편한 점을 고쳐보겠다고 시작한 사소한 아이디어가 이제는 전역 후 진로로까지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설제에 어는점에서 색이 변하는 안료를 넣는 방식으로 블랙아이스의 존재를 알리는 아이디어로 이번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셰이빙 크림 마개를 개발해 장려상을 받은 김도엽 56사단 화생방지원대 일병은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사업화를 준비하면서 그 과정에서 어떤 실무적 절차들이 필요한지 배우게 됐다”며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창업을 선택지로 넣게 됐다”고 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