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한 바이오 회사의 행정소송 결과를 노심초사하며 기다리고 있다. 비슷한 펀드를 쪼개 파는 일명 ‘시리즈펀드’ 판매로 공모(公募) 회피 혐의를 받고 있는 농협은행의 징계 여부뿐 아니라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사인 우리은행·KEB하나은행 등도 이 행정소송에 줄줄이 영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바이오社 행정소송 결과에 초조한 은행들
19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내년 1월 말 이후 농협은행의 공모회피 혐의에 대한 제재 안건을 재논의할 예정이다.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 주선인의 과징금 부과 취소소송 결과가 나온 이후로 미룬 것이다.

증선위는 농협은행 사건이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 사건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증선위는 지난해 11월 장외주식시장(K-OTC)에서 거래되는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에 유상증자 때 증권신고서 제출의무를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과징금 3억8480만원을 부과했다. 유상증자 주선인에게도 1억51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이에 주선인은 과징금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펀드 판매사이자 주선인의 지위를 가진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 주선인의 과징금 부과 건과 비슷한 점이 있다”며 “시장에 일관성 있는 정책 가이드라인을 주기 위해선 소송 결과를 기다렸다가 제재 수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2016~2018년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 방식으로 주문한 펀드를 사모펀드로 쪼개 팔아 공모 규제를 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농협은행은 ‘증권신고서 제출에 대한 법적 의무는 발행인(회사)에 있는 것이지, 증권 판매사에 있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법상 주선인은 공시 위반에 대한 과징금 부과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제재 근거가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농협은행뿐 아니라 해외 금리연계 DLF 판매사인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도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의 소송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펀드 판매사가 주선인인지, 주선인은 공시 의무가 있는지 등 여러 쟁점이 있다”며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 재판 결과에 따라 DLF 사건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수정/오형주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