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거주하는 올해 66세 정모씨는 어엿한 현역 조선산업 근로자다. 5년 추가 정년 연장을 통해 60세에 회사를 나온 그는 협력사 소속으로 퇴직 전과 동일한 현장에 나가 30여 년간 해온 것과 같은 작업을 한다. 매일 출근하는 것이 버거워지면서 새해부터는 협력회사를 나와 일용직으로 일하기로 했다. 1주일에 2~3일만 일하며 70세까지는 근무할 계획이다. 정씨는 “건강만 허락하면 현장에 남아 있는 것이 가계 경제는 물론 나 자신을 위해서도 좋다”며 “울산에는 나와 비슷한 ‘노인 근로자’가 많다”고 말했다.

급격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일손 부족을 촉발할 수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은퇴자를 부양하는 것 역시 사회적으로 큰 부담이다.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정씨처럼 기존 인력이 현장에서 더 오래 일하는 수밖에 없다.

김대중 노사발전재단 중장년고용전략본부장은 “노후 준비가 미흡한 가운데 퇴직하면 자칫 노인빈곤에 빠지기 십상”이라며 “퇴직 전후 체계적인 직업교육을 받아야 양질의 일자리를 얻어 사회에 기여하고 충분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40여 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나모씨(67)는 재교육을 통해 ‘인생 3모작’을 열었다. 퇴직 직후 친구가 운영하는 화장품 용기회사에서 공정관리 일을 봤지만 적성에 맞지 않고 건강까지 해쳐 2년 만에 그만둬야 했다. 정부 지원을 통해 한국폴리텍대에서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경기도에서 건물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이영민 숙명여대 인력개발정책학과 교수는 “중장년과 고령자가 괜찮은 일자리에서 더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며 “인생 후반부에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직업교육과 일자리 수요 공급을 맞춰주는 플랫폼 구성 등 각종 사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50대와 60대를 ‘신중년’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전문성을 살리거나 직업 교육을 통해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의 ‘50+재단’, 충청남도의 ‘인생이모작지원센터’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각종 지원 방안이 나오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