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기사가 나오기라도 하면 그분에게 죄를 지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창극 배우이자 소리꾼 김준수는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가 언급한 '그분'이란 그와 동명이인으로 뮤지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그룹 JYJ 김준수다.
김준수는 창극 배우로는 '원톱'의 위치에 있지만, 장르의 한계 탓에 아직 대중에게 그의 이름 석 자를 완전히 각인시키지는 못했다.
"그분(JYJ 김준수)을 한번 뵙고 싶지만 한 번도 만나보진 못했어요.
가끔 저에 대한 기사가 뜨면 보는데 '우리 오빠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라는 댓글이 올라오기도 해요.
사람인지라 서운함도 있고, 그분에게 미안하기도 하고요.
"(웃음) 소리꾼 김준수는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다.
KBS 2TV '불후의 명곡'에는 이미 여러 차례 출연했고, tvN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나왔다.
"한복을 입는 게 익숙한데 TV 무대에서는 일부러 한복 입는 걸 피해요.
한복이 싫어서가 아니라 국악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예요.
더불어 우리 소리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좀 더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죠. 다만, 국악을 가볍게 대하려고 그러는 건 절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국악에 대한 뿌리를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국악을 대중화하기 위한 노력인 거죠."
그는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국악에 아이돌 음악을 접목하기도 한다.
방탄소년단의 '아이돌'을 부를 때는 "어기야 디어차" 같은 뱃노래를 섞는다.
이에 대해 그는 "국악이 진부하고, 퇴보한 음악이라는 일부의 생각에 변화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운 외모 덕에 김준수는 남성으로는 드물게 여성 역할을 맡기도 했다.
창극 '패왕별희'에서는 우미인 역할을 맡았고, '트로이의 여인들'에서는 헬레네 역할을 연기했다.
모두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인물들이다.
"처음에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여성 역할을 맡게 됐을 때, 관객들의 시선이 두려웠어요.
하지만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힐 기회여서 선택하게 됐죠. 남자라고 해서 여성성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어떻게 그런 여성적인 부분을 연기하는데 끄집어내느냐가 관건이죠. 몰입하다 보면 그 순간 제가 여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상대역이 남자인데, 제가 집중하지 못하면 서로 힘들어요.
'패왕별희' 할 때는 다행히 집중하지 못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 지난달 창극 '패왕별희'를 마무리하고, 이달 12일부터는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에서 이춘풍 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다.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비련의 여인에서 바람둥이 남자로 180도 변신한 것이다.
"다른 삶을 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춘풍은 인간 김준수와 전혀 다른 인물이에요.
그래서 제 자아를 내려놓고 연기하는데, 재미있어요.
다만 마당놀이는 창극보다 공연 횟수가 4배나 많은 40회를 공연해 체력 소모가 매우 커요.
"
방송에 나가 아이돌 노래를 부르고, 여장하고 무대에 서지만 그의 뿌리는 판소리다.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도 그는 지난해에 3시간에 달하는 '수궁가' 완창 무대를 선보였다.
내년에는 공연 시간만 6시간에 이르는 '춘향가'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준수는 "여러 번외 활동을 하다 보니 뿌리에 대한 목마름이 심해졌다"며 "판소리 외에 활동은 판소리를 계속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판소리 하나만 해도 경지에 오르기가 정말 어려워요.
안숙선 선생님은 아직도 치열하게 연습하십니다.
가만히 계실 때도 늘 흥얼거리세요.
선생님 정도면 그만해도 될 것 같은데, 쉼 없이 연습하시죠. 소리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길입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