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어머니가 암으로 쓰러지셨는데 치료비를 부담하기 어려워 사채에 손을 댔습니다. 과외가 끊기는 바람에 한 주 이자를 연체했더니 사채업자에게 한 시간마다 계속 전화와 문자가 오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도와주시면 꼭 상환하겠습니다."

서울대 게시판 스누라이프에 자신을 신입생이라고 밝힌 A씨가 이같은 글을 남기자 동문들의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사기였다.

A씨는 19일 본인의 실명을 밝힌 사과문을 통해 "선의로 도와주신 선배님 및 동문 여러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면서 "학교 입학후 6월부터 스포츠 토토를 하게 됐다. 금액이 점점 커져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사채업자의 돈을 썼다"고 털어놓았다.
서울대 발칵 뒤집어 놓은 신입생의 동문 상대 사기극
이어 "사채로 인한 빚은 점점 늘었고 1800만 원까지 불어나 감당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이를 갚기 위해 거짓말로 동문들을 속이고 글을 올렸다. 어머니가 암에 걸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 완치 판정을 받았고 병원비가 급하거나 사채 빚을 내서 아버지에게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모두가 사채를 해결하기 위해 지어낸 거짓말이다"라며 "이후 돈을 보내준 선배와 만났고 해명을 하면서 추가적인 거짓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선배와 만난 자리에서 아버지와 통화를 연결한다고 하고 대역으로 사채업자와 연결까지 시키는 등 연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발칵 뒤집어 놓은 신입생의 동문 상대 사기극
앞서 A씨는 지난 16일 "6월말 어머니가 암으로 인해 쓰러지셨고 지금도 재활 치료중이다. 집에 이미 많은 대출이 있었기에 치료비를 해결하기 쉽지 않았다"면서 "아버지가 7월부터 사채를 쓰게 됐고 저도 돕기 위해 200만원 사채를 받아 아버지에게 전달했다. 학교를 다니며 과외를 해서 사채를 상환하려 했지만 200만원에 주 40만원의 이자를 갚기에 너무 힘들다. 현재 1주일 연체가 돼 사채업자가 매 시간마다 전화를 하고 문자로 독촉 전화를 받고 있다. 도저히 해결할 길이 없으니 죄송하지만 240만원을 도와준다면 내년에 생활비 대출을 받아 갚겠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김가헌 변호사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거짓 사연으로 성금을 받은 행위에 대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사기죄는 형법 347조에 따라 사람을 기망(欺罔)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같은 방법으로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