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오후 세종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오후 세종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퇴임을 앞둔 이낙연 국무총리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이 총리는 19일 세종시 총리 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저에게 한 번도 빼지 않고 '님'자를 붙여줬다"면서 "문 대통령은 그 연세의 한국 남자로서는 거의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진중하고 배려심이 많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총리직을 잘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제 역량 때문이 아니라 문 대통령의 배려였다"면서 "문 대통령은 자신의 비서실장 앞에서도 스스로를 '저는'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의 어떤 점이 어려웠느냐는 질문에는 "문 대통령은 유머가 적으시고 진지하다. 어려운 것까지는 아니지만 진지함이 아랫사람에게는 좀 더 어려울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 총리는 자신의 거취에 관해 문 대통령과 지난 8월 이야기를 나눴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 총리는 "그 무렵 문 대통령이 '총리님 생각은 어떠신가'라고 질문을 한 적이 있다"며 "그때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가장 중요한 일이 총선이고 정부와 여당에 속한 사람으로서 그 중요한 일에 할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 총리는 "이번 후임 총리 발표를 앞두고는 문 대통령이 하루 전 '내일 오후 직접 발표하겠다. 이 총리님도 자신의 정치를 할 때가 되지 않느냐'는 말씀을 하셨고 그 말이 발표문에 그대로 들어갔다"고 했다.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은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에는 "책임총리라고 하면 대통령과 각을 잘 세우는 걸 책임총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헌법과 법률이 총리에게 지워준 일을 책임있게 하는 걸 책임총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런 관점에서 완전히 만족한다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책임총리로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청와대와 총리실이 서로 불편했거나 얼굴을 붉혔던 일은 제 기억에 한 번도 없었다. 모든 일에 의견이 일치했던 것은 아니지만 부분적 의견 불일치도 원만하게 조정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리가 기자간담회에서 긴 시간을 할애해 문 대통령을 칭찬한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친문 진영을 향한 러브콜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 차기 대권주자 1위로 꼽히고 있지만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것이 약점이다. 더불어민주당 내 최대계파인 친문이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이런 약점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세종시 출마 등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오해를 살 수 있기에 당분간 이사는 보류하려고 한다"며 "총리직에서 물러나면 서울 잠원동의 집으로 일단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