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정부 "재판 공정하지 않아" vs 판사 "시신 광장에 매달아야"
파키스탄 전 대통령 사형선고 놓고 군부-사법부 '신경전'
군인 출신 파키스탄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선고를 놓고 군부 및 정부가 사법부와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파키스탄 군부는 1947년 독립 이후 민간 정부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정권을 잡아 왔으며 임란 칸 총리의 지난해 총선 승리에도 개입하는 등 지금도 막후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돈 등 파키스탄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군홍보기구(ISPR)의 사령관인 아시프 가푸르 소장은 전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무샤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은 "비인도적이며 반종교적"이라고 비판했다.

ISPR은 지난 17일 판결 직후에도 파키스탄 군 장병들은 판결에 큰 고통과 괴로움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군부를 등에 업은 것으로 알려진 칸 정부도 이번 판결에 불만을 드러냈다.

샤흐자드 아크바르 총리 특별보좌관은 "판결 결과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판결이 서둘러 마무리됐다"고 지적했다.

안와르 만수르 칸 검찰총장도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정부 관계자의 포화가 이어졌다.

파키스탄 정부와 무샤라프 측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다.

파키스탄 정부·군부는 특히 한 판사의 판결 관련 발언에 격앙된 상태다.

이번 판결에 참여한 판사 3명 중 한 명인 와카르 아흐메드 세스가 "무샤라프가 사형 집행 전에 사망한다면 시신을 옮겨와 국회 앞 광장에 사흘간 매달아둬야 한다"고 한 발언이 공개되면서다.

파로그 나심 법무부 장관은 이에 대해 "세스 판사는 재판을 맡기에 정신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발끈했다.

법무부는 세스 판사의 퇴출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파키스탄 테러방지 특별법원은 무샤라프에 대해 2007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헌정 질서를 마비시키는 등 반역죄를 저질렀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파키스탄 군부 지도자가 통치 행위와 관련해 사형선고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샤라프는 육군 참모총장으로 재직하던 1999년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으며 2002년 대통령에 취임, 2008년까지 집권했다.

그는 2014년 3월 반역죄 등으로 기소돼 재판받다가 척추질환 치료를 이유로 2016년 3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출국한 뒤 해외에 머물고 있다.

이번 재판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