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주요 포털 업체가 실시간 검색어와 댓글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 여론 공유 등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도입한 서비스였지만 악용되는 사례가 상당하다고 판단해서다. 포털업체가 내놓은 방안보다 강한 대책을 요구하는 사용자가 많아 검색어와 댓글을 둘러싼 논란이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여론 분산으로 개선

네이버는 지난달 네이버 앱(응용프로그램)을 개편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사용자 관심사에 맞게 조정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최근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이용자들의 관심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각종 상업성 정보로 뒤덮이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각종 행사 이벤트, 할인정보 등 홍보 단어를 덜 볼 수 있도록 조정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시사, 연예, 스포츠 등 사용자가 관심 있는 분야의 가중치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도 도입했다.

네이버는 공식 블로그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마다 자신의 관심에 따라 급상승 검색어 구성을 달리해서 볼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손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보다 앞서 이용자의 연령대 관심사를 먼저 볼 수 있도록 서비스 체계를 바꿨다. 네이버 모바일에 로그인할 경우 20대 사용자에게는 해당 연령대가 많이 찾은 검색어 차트, 40대 사용자에게는 같은 연령대의 인기 검색어가 먼저 보이는 방식이다. 이전에는 전체 연령대의 급상승 검색어가 기본이었다.

연령별 서비스 개편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가 여론몰이에 악용됐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 과정에서 찬반 양측이 급상승 검색어 순위를 놓고 세력 대결을 벌인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10월 국정감사에 불려나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 개편을 약속하기도 했다.

○논란의 댓글창 폐지한 카카오

네이버는 포털 뉴스 서비스의 악성 댓글을 걸러내는 기능도 강화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악성 댓글 필터링 AI 기술인 ‘클린봇’을 뉴스 서비스에 확대 적용했다. 클린봇은 AI 기술을 이용해 불쾌한 욕설이 포함된 댓글을 자동으로 숨겨준다. 올해 4월부터 네이버웹툰 등에 단계적으로 도입했다. 뉴스에는 12일부터 적용했다.

네이버에는 이전에도 뉴스 댓글에 욕설을 가리는 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욕설만 가리는 것으로는 악성 댓글을 충분히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이런 ×× 같은 것이 ××하고 있네”라는 문장으로도 맥락을 통해 모욕적인 뜻이 전달된다. 앞으로는 이런 욕설이 들어간 댓글은 가려진다. 클린봇 사용 여부는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 끊임없이 악플을 다는 이용자에 대한 제재도 강화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악플러에게 주의·당부에서 시작해 일시적 또는 무기한 서비스 사용 제한 등의 조치를 해왔다.

포털 서비스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한발 빨리 움직였다. 10월 포털 서비스 다음이 연예 뉴스 댓글 창을 잠정 폐지했다. 가수 설리의 자살 이후 불거진 악성 댓글 논란에 대한 대책이다. 카카오톡으로 서비스하던 ‘실시간 이슈’도 없앴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댓글 서비스의 시작은 건강한 공론장을 마련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부작용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연예 뉴스 댓글은 특정인의 인격을 모독하는 등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 데 이르렀다는 의견이 많다”고 덧붙였다.

다음에서 인물을 검색할 때 나오는 관련 검색어는 23일 없앴다. 여 대표는 “관련 검색어도 사생활 침해와 명예 훼손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실시간 이슈 검색어에도 ‘메스’를 댔다. 카카오톡을 통한 서비스를 아예 폐지했다. 카카오는 다음의 실시간 이슈 검색어 서비스는 내년 2월에 폐지한다. 다른 분야 뉴스에 달리는 댓글도 철저히 관리하기로 했다. 혐오 및 인격 모독성 표현을 철저히 감독할 방침이다. 검색어 자동 완성 기능 등도 인격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아직도 부작용과 폐해 많아”

상당수 이용자는 두 포털 업체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최근 내놓은 ‘댓글과 실검 폐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네이버 등 다른 포털에서도 연예 뉴스 댓글창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이달 초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정치, 사회 등 다른 분야의 댓글도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5.5%에 달했다.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6.7%가 폐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실시간 검색어 폐지 반대’는 26.8%, ‘관심 없다’가 26.5%였다. 미디어연구센터는 “댓글과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의 존재 이유는 이용자의 건강한 소통”이라며 “지금은 부작용과 폐해가 더 크다는 게 시민들의 공통된 지적”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