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베트남 진출 러시…'분쟁 해결사' 상사중재원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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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중재원, 베트남에 사무소
5년간 중재원 거친 국제중재사건
美·中 이어 베트남 26건으로 3위
"분쟁 해결 플랫폼 역할 기대"
5년간 중재원 거친 국제중재사건
美·中 이어 베트남 26건으로 3위
"분쟁 해결 플랫폼 역할 기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 대형 로펌들이 현지에서 격전을 치르는 가운데 기업분쟁을 전문으로 다루는 대한상사중재원도 베트남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베트남에 직접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로, 8200여 개 기업(지난 10월 말 기준)이 진출해 있다. 한국 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커지고 계약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분쟁 해결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게 중재원의 판단이다.
글로벌 중재기관 가운데 첫 진출
대한상사중재원은 이달 17일 베트남 하노이 경남랜드마크타워에서 베트남 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들어갔다. 세계 중재기관 가운데 베트남에 사무소를 낸 곳은 대한상사중재원이 유일하다. 중재는 판사 역할을 하는 민간 중재인이 분쟁 당사자들의 민사 책임을 가려주는 절차다.
이호원 중재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베트남은 연평균 7% 안팎의 경제 성장을 이뤄냈고 내년에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의장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을 맡을 정도로 국가적 위상이 높아졌다”며 “베트남 사무소는 한국이 국제중재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에 따르면 한국은 1988년 이후 30여 년간 베트남에 총 666억달러를 투자해 1위 외국인투자국이 됐다. 한국과 베트남의 올해(1~10월) 수출입 규모는 582억달러로, 연말이 되면 지난해의 682억달러를 뛰어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5년간 중재원을 거쳐간 국제중재 사건에서 베트남과 관련된 게 26건으로 미국(62건) 중국(53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던 이유다.
이홍배 법무법인 율촌 하노이사무소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는 “문재인 정부가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신남방정책을 강조하면서 KOTRA의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가 싱가포르에서 하노이로 옮겨왔고 다낭 무역관을 열기도 했다”며 “베트남의 문을 두드리는 한국 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재원의 하노이사무소는 한국 기업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건을 한국과 베트남 어느 곳에서 처리하더라도 중재원 자체 규칙 등의 플랫폼을 이용하도록 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로펌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 트렌드 변화가 중재원의 베트남 시장 공략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한다. 홍성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베트남 러시’가 이어지고 있지만 주요 투자업종은 제조업에서 기업 인수합병(M&A)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프랜차이즈 사업 등으로 바뀌고 있다”며 “투자 내용이 고도화돼 중재를 필요로 하는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식음료 프랜차이즈 기업이 최근 중재를 통해 현지 가맹점으로부터 채권 환수 판정을 얻어내기도 했다.
복잡해지는 한국 기업들의 진출 패턴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 패턴이 바뀌면서 현지에서 활동하는 국내 로펌들의 영업 내용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박영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연수원 37기)는 “베트남 진출 초기에 다수를 차지했던 공장 인허가 관련 자문업무는 컨설팅회사 등으로 넘어갔다”며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의 거래 구조를 세워주고 자금 조달 과정을 지원하는 업무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외국 기업이 투자 목적으로 상업용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 때문에 건물이 완공되기 전에 사업을 진행하는 특수목적회사(SPC)를 매입하거나 완공된 이후 빌딩을 보유한 베트남 현지 회사의 지분을 매입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야 하고 저마다 계약도 달라진다.
이홍배 변호사는 “베트남 국영기업의 민영화와 관련한 업무가 증가세인 데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미래에셋대우 등의 금융회사가 베트남에 둥지를 틀면서 금융 관련 업무도 많아졌다”며 “베트남에 나와 있는 국내 로펌 10여 개가 고부가가치 법률 서비스를 원하는 한국 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는 이미 10여 년 전 진출한 지평을 비롯해 광장과 김앤장, 세종, 율촌, 태평양 등 10여 개 로펌이 사무소를 내고 영업 중이다.
현지 로펌업계에선 내년부터 노무 분야와 관련한 자문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많다. 주 48시간인 기본노동시간을 축소하려는 움직임 등이 감지돼서다. 유동호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베트남 정부가 2021년부터 초과근무시간을 매월 최대 30시간에서 40시간으로 늘리는 등의 노동환경 변화가 예고돼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대한상사중재원은 이달 17일 베트남 하노이 경남랜드마크타워에서 베트남 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들어갔다. 세계 중재기관 가운데 베트남에 사무소를 낸 곳은 대한상사중재원이 유일하다. 중재는 판사 역할을 하는 민간 중재인이 분쟁 당사자들의 민사 책임을 가려주는 절차다.
이호원 중재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베트남은 연평균 7% 안팎의 경제 성장을 이뤄냈고 내년에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의장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을 맡을 정도로 국가적 위상이 높아졌다”며 “베트남 사무소는 한국이 국제중재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에 따르면 한국은 1988년 이후 30여 년간 베트남에 총 666억달러를 투자해 1위 외국인투자국이 됐다. 한국과 베트남의 올해(1~10월) 수출입 규모는 582억달러로, 연말이 되면 지난해의 682억달러를 뛰어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5년간 중재원을 거쳐간 국제중재 사건에서 베트남과 관련된 게 26건으로 미국(62건) 중국(53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던 이유다.
이홍배 법무법인 율촌 하노이사무소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는 “문재인 정부가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신남방정책을 강조하면서 KOTRA의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가 싱가포르에서 하노이로 옮겨왔고 다낭 무역관을 열기도 했다”며 “베트남의 문을 두드리는 한국 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재원의 하노이사무소는 한국 기업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건을 한국과 베트남 어느 곳에서 처리하더라도 중재원 자체 규칙 등의 플랫폼을 이용하도록 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로펌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 트렌드 변화가 중재원의 베트남 시장 공략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한다. 홍성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베트남 러시’가 이어지고 있지만 주요 투자업종은 제조업에서 기업 인수합병(M&A)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프랜차이즈 사업 등으로 바뀌고 있다”며 “투자 내용이 고도화돼 중재를 필요로 하는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식음료 프랜차이즈 기업이 최근 중재를 통해 현지 가맹점으로부터 채권 환수 판정을 얻어내기도 했다.
복잡해지는 한국 기업들의 진출 패턴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 패턴이 바뀌면서 현지에서 활동하는 국내 로펌들의 영업 내용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박영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연수원 37기)는 “베트남 진출 초기에 다수를 차지했던 공장 인허가 관련 자문업무는 컨설팅회사 등으로 넘어갔다”며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의 거래 구조를 세워주고 자금 조달 과정을 지원하는 업무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외국 기업이 투자 목적으로 상업용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 때문에 건물이 완공되기 전에 사업을 진행하는 특수목적회사(SPC)를 매입하거나 완공된 이후 빌딩을 보유한 베트남 현지 회사의 지분을 매입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야 하고 저마다 계약도 달라진다.
이홍배 변호사는 “베트남 국영기업의 민영화와 관련한 업무가 증가세인 데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미래에셋대우 등의 금융회사가 베트남에 둥지를 틀면서 금융 관련 업무도 많아졌다”며 “베트남에 나와 있는 국내 로펌 10여 개가 고부가가치 법률 서비스를 원하는 한국 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는 이미 10여 년 전 진출한 지평을 비롯해 광장과 김앤장, 세종, 율촌, 태평양 등 10여 개 로펌이 사무소를 내고 영업 중이다.
현지 로펌업계에선 내년부터 노무 분야와 관련한 자문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많다. 주 48시간인 기본노동시간을 축소하려는 움직임 등이 감지돼서다. 유동호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베트남 정부가 2021년부터 초과근무시간을 매월 최대 30시간에서 40시간으로 늘리는 등의 노동환경 변화가 예고돼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